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르노삼성차 노동조합과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을 놓고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기존 박종규 르노삼성차 노조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올해 임단협도 노조와 팽팽한 줄다리기로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10일 르노삼성차 안팎의 말을 종합해보면 르노삼성차 노조가 새 지도부 선출을 마치면서 본격적으로 회사와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다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의 임기가 12월1일부터라는 점에서 본격적 노사교섭은 12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르노삼성차 노조에 따르면 9일 박종규 후보가 56.79%의 지지를 받아 김동석 후보를 11.39%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생긴 뒤 처음으로 전임 집행부가 연임에 성공한 것이다.
박 당선인은 2019년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전면 파업을 이끌고 올해 9월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주도하는 등 강경파로 분류된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올해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을 받아내 파업 등 합법적 쟁의행위에 들어갈 수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사실 올해 르노삼성차 상황으로만 놓고 보면 르노삼성차 노조가 파업한다고 해도 시뇨라 사장이 애를 태우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르노삼성차가 최근 수출물량 급감과 내수 부진으로 조업중단을 잇따라 해왔기 때문이다. 이달에도 부산 공장에서 2일과 3일 이틀 동안 휴업했다. 9월25일부터 10월18일까지 3주가량 공장 문을 닫은 지 2주 만이다.
르노삼성차는 10월에도 국내와 해외에서 자동차를 각각 7141대, 392대 판매해 2019년 10월보다 국내판매는 15%, 해외판매는 93.9% 감소했다.
하지만 협상이 장기화돼 해를 넘기면 상황이 바뀐다.
시뇨라 사장은 내년부터 유럽에 XM3(수출명 아르키나)를 차질 없이 수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직까지 정확한 물량은 추산되지 않았지만 자동차업계에서는 아르키나 유럽 수출물량을 8만 여대 수준으로 보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내년에 본격적으로 파업을 진행한다면 시뇨라 사장으로서는 수출물량을 맞추기 쉽지 않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노조가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과반 이상의 찬성만 얻는다면 언제든지 합법적으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뇨라 사장에게 임단협 협상 장기화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차 노조 안팎에서는 회사를 전략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내년 2월에 파업을 해야한다는 말이 돌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이 르노삼성차 노조 4대 위원장 시절에 진행했던 2019년 임단협은 2020년 4월에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해를 넘기기도 했다.
올해 임단협 핵심쟁점으로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고용안정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 공장 시간당 임금이 본사인 프랑스 공장 임금 수준을 넘어간다는 점에서 시뇨라 사장으로서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르노삼성차 임단협이 올해도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아직까지 임단협과 관련해 구체적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며 “향후 노사가 합의해 일정을 잡아 협상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