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승부수를 띄웠다.
이 대표는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비교적 우세하다는 점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일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자를 공천할 것인지 묻는 모든 당원투표 결과 86.64%가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를 맡았을 때 마련된 당헌에 따르면 내년 서울시장 및 보궐선거에서 후보자를 공천할 수 없다. 당헌 제96조 제2항에 보궐선거의 귀책사유를 제공하면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당원투표를 통해 후보자 공천이 가능하도록 당헌을 개정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당원투표는 이 대표의 결단에 따라 이뤄졌다.
보궐선거 후보자 공천문제를 놓고 당내에서는 공천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다만 당헌 위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는데 이 대표가 모든 당원투표라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원투표 결과를 놓고 “유권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 공당의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며 “철저한 검증과 공정한 경선 등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워 시민들이 후보를 자유롭고 선택하고 그 결과를 보람있게 여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기존 당헌을 뒤집는 결정을 밀어붙이면서 국민의힘, 국민의당 등 보수야권을 비롯해 정의당에서도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정의당은 2일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 대표는 연신 반성과 사죄를 언급했지만 행동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사죄는 기만”이라며 “진정한 반성은 공천이 아니라 오직 책임정치를 약속했던 기존 당헌을 지키고 재발방지 대책을 제대로 세우는 것으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어느 정도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보궐선거 공천을 결단한 데는 그만큼 내년 재보궐선거 결과가 다음 대통령선거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수도인 서울과 제2도시 부산의 수장이 지니는 정치적 상징성이 큰 데다 보궐선거의 유권자 수 역시 적지 않다.
올해 4월 총선 기준으로 서울과 부산의 유권자 수는 각각 846만여 명, 295만여 명이다. 두 곳의 유권자 수는 전체 유권자 수 4210만 명 가운데 4분의 1을 웃돈다.
이 대표로서는 직접 다음 대선에 도전할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만큼 당은 물론 본인의 정치적 행보를 위해서라도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 이상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에서 당의 승리를 이끄는 일은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지지율이 하향세라는 점 역시 이 대표의 적극적 행보를 재촉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의 지지율은 21.5%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동률을 이뤘다. 야권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17.2%의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는 40%를 웃도는 압도적 대선후보 지지율을 보이다 총선 이후 6개월 동안 꾸준히 지지율이 떨어져 20% 초반까지 낮아졌다. 유력한 경쟁자인 이 지사에게는 추격을 허용했고 윤 총장과는 격차가 한 자릿수까지 좁혀진 것이다.
내년 보궐선거에서 적어도 서울시장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해야 이 대표의 대권 행보가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중한 성격의 이 대표가 과감한 결정을 한 배경에는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집값 상승에 따른 민심 악화에도 불구하고 서울지역의 여론이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올해 4월 총선에서 서울지역 49석 가운데 민주당이 41석을 차지한 데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여전히 민주당의 지지가 우세하다.
한국갤럽이 10월30일 내놓은 10월4주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 정당지지도는 민주당이 39%, 국민의힘이 16%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의 보궐선거 승리 가능성을 놓고 자체조사 결과 등을 들어 “압도적으로 총선에서 이겼던 그런 지형이 아니고 정부와 저희 당에 일부 실망하거나 좀 질책하는 분들이 증가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현재의 판세가 아주 해 볼 수가 없는 형태의 불리한 구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