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예스24그룹은 그룹 계열들을 각각 문화콘텐츠부문,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부문, 브랜드리테일부문으로 나눠 김동녕 회장의 세 자녀에게 맡겨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세 대표가 코로나19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향후 후계구도에 변수가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일 예스24에 따르면 김석환 부회장은 코로나19로 힘들어진 영화·공연 예매사업을 대신할 먹거리로 디지털출판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김석환 부회장은 9월 만화, 소설, 음악, 영화 등 예스24가 제공하는 콘텐츠사업만을 한데 묶은 종합 콘텐츠 플랫폼 ‘스토리24’를 내놨다.
예스24관계자는 “이달부터 스토리24 홍보에 들어가기로 했다”며 “웹툰과 웹소설, 북클럽, 영화서비스를 시작으로 향후 음원을 망라하는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2021년부터는 예스24와 스토리24에 예스24의 가상화폐 ‘sey체인’을 연동해 수익을 만들어 낸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김석환 부회장은 10월 IR간담회에서 "예스24는 초격차 역량 확보를 위해 디지털문화 콘텐츠사업자로 진화하겠다"며 "독점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업계 1위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예스24는 영화 및 공연 예매사업과 광고매출이 절반으로 줄면서 실적이 둔화됐다.
예스24는 2020년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3072억 원, 영업이익 54억 원을 내 2019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42.4%, 영업이익은 15% 감소했다.
차남 김익환 부회장은 코로나19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자구책 수준이었던 개인방호장구사업을 크게 키우고 있다.
김익환 부회장은 마스크와 방호복 등 개인방호장구 사업을 침체에 빠진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을 대체할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우고 10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공장을 열고 현지 생산에 들어갔다.
김익환 부회장은 올 상반기 동남아와 중남미 지역 의류 생산라인을 마스크 및 방호복 생산으로 전환해 코로나19 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세실업은 2분기에만 마스크와 방호복으로 매출 1200억 원가량을 올렸다. 한세실업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8477억 원, 영업이익 37억 원을 냈다. 2019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0.1%, 영업이익은 84.7% 줄어든 것이다.
장녀 김지원 대표가 운영하는 한세드림은 한국과 중국에서 높은 판매량을 보이는 북유럽 스타일 아동복 브랜드 ‘모이몰른’의 인기를 일본으로 이어가려고 한다.
모이몰른은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200여 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단일 브랜드로 해마다 매출 1천억 원 이상을 내고 있다.
김지원 대표는 최근 일본 일부 백화점 매장에서만 판매하던 모이몰른을 직영매장에서 판매해 고객 접점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 대표는 연내 일본 직영매장을 10곳, 내년까지 30곳을 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동복업계는 한세드림의 모이몰른이 일본에서 최초로 성공한 한국 아동복 브랜드가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세드림 관계자는 “한세드림은 상반기 코로나19 영향으로 패션업계가 역대급 불황을 맞은 상황에서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빠르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세드림과 한세엠케이를 포함한 패션 브랜드사업 전체를 놓고 보면 코로나19에 따른 패션업계 부진이라는 흐름을 피해가지 못했다.
상장사인 한세엠케이는 2020년 상반기 매출 1082억 원, 영업손실 79억 원을 냈다.
김지원 대표는 10월 IR 발표에서 한세엠케이와 한세드림을 포함한 브랜드리테일부문의 2020년 매출 예상치를 2278억 원으로 잡았다.
김지원 대표는 이 자리에서 “캐주얼 편집숍을 열고 자체몰 아이스타일24는 전면개편, 라이브커머스 등으로 유통채널을 늘려 매출 및 이익 증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그룹 후계자 자리를 놓고 현재 각자의 자리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세예스24그룹 후계구도는 장남 김석환 부회장을 중심으로 어느정도 경영승계가 이행됐다는 인식이 많지만 승계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김동녕 회장은 장남에게 가장 많은 지분을 물려주면서도 다른 형제들이 견제할 여지를 남겨뒀다.
현재 지주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 지분을 살펴보면 장남인 김석환 부회장이 25.95%, 차남인 김익환 부회장이 20.76%, 장녀 김지원 대표가 5.19%를 차지하고 있다.
김동녕 회장 본인이 보유한 지분도 아직 17.61%에 이르러 향후 차남이나 장녀가 그룹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