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0-10-27 14: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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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중소기업 릴테크를 상대로 일방적 거래중단과 기술탈취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술탈취 논란이 국회 국정감사장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에까지 불똥이 튀었지만 LG전자는 기존 태도를 고수해 해결 의지도 의심받고 있다.
▲ 이감규 LG전자 에어솔루션사업부장 부사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종합국정감사에 참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승강장치 전문기업 릴테크에 따르면 LG전자와 기술탈취 논란 관련 분쟁을 종결하기 위한 협상은 양사 합의금액 차이로 23일 결렬됐다.
이감규 LG전자 에어솔루션사업부장 부사장이 26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금액이 많아 협상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 배치된다.
이에 앞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LG전자가 릴테크에 13억2800만 원가량을 지급하도록 하는 조정안을 올해 4월 내놨다.
LG전자는 이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릴테크에 특허소송 패소에 따른 기존 합의금 3억 원을 포함한 7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23일 제안했다. 하지만 릴테크가 실질적 지급 금액이 4억 원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릴테크는 2009년까지만 해도 연매출 83억 원을 냈지만 LG전자와 다툼이 시작되면서 2012년 매출이 54억 원대로 급감했다며 조정안에 따른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두 기업 사이에 대체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걸까?
릴테크는 2006년 초 LG전자로부터 직접 시스템에어컨용 릴(승강장치) 개발 의뢰를 받은 뒤 LG전자가 입고처로 지정한 1차 협력사 신성델타에 2010년 12월까지 3만2600여 대를 공급했다. LG전자는 협력사 하나를 사이에 뒀을 뿐 계약 체결과 단가 합의, 발주 등 대부분의 절차를 릴테크와 직접 진행했다.
LG전자가 이처럼 중소기업과 거래를 중요시한 이유는 승강장치 기술력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릴테크는 LG전자 연구소에서 오랜 기간 시스템에어컨용 승강장치를 개발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승강장치의 와이어가 소음 없이 일정하게 감기도록 하는 기술을 구현하는 데 난항을 빚던 중 궁여지책으로 릴테크를 찾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1년 1월 LG전자는 릴테크에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돌연 발주를 중단한 뒤 다른 협력사 신한전기가 만든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 릴테크와 신한전기가 각각 개발한 시스템에어컨용 승강장치. <릴테크, 송갑석 민주당 의원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 송갑석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LG전자는 2010년 10월부터 이미 신한전기의 제품을 받고 있었다.
릴테크와 거래 중단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결정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릴테크는 LG전자가 신한전기로 하여금 릴테크의 제품을 베끼도록 해 기술탈취를 저질렀다고 본다.
실제로 신한전기가 출원한 관련 특허는 2012년 1월 특허가 거절됐다. 당시 특허청은 “이 발명이 속하는 기술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지닌 자가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는 것”이라며 거절 이유를 밝혔다. 릴테크가 2007년 7월 출원해 등록한 특허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 것이다.
법원도 릴테크의 손을 들어줬다. LG전자는 2012년 6월 릴테크와 특허소송에서 패소했고 2013년 10월 릴테크와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에는 LG전자가 릴테크에 합의금 3억 원을 지급하고 신성델타를 거쳐 거래를 다시 시작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후 LG전자는 합의금 3억 원만 전달했을 뿐 거래재개는 지키지 않았다. 당시 LG전자 시스템에어컨사업부장을 맡았던 이감규 부사장이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아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릴테크로서는 3억 원을 받는 것으로 분쟁을 마무리하기 어려웠다. 릴테크는 LG전자와 거래가 중단되면서 제품 개발비, 거래 중단이 없었을 경우 예상 이익금, 생산인력 고용을 유지하는 비용 등 30억 원가량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 LG전자가 릴테크에 보낸 공정거래조정원 조정안 수락 이메일. <릴테크, 송갑석 민주당 의원실>
결국 두 기업은 2018년 4월 공정거래조정원을 통해 합의점을 찾기로 했다. 릴테크에 따르면 LG전자가 먼저 조정 신청을 제안했고 조정안을 따르겠다고도 했다.
이후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앞서 언급된 것처럼 LG전자는 릴테크에 13억28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이 나왔다.
하지만 LG전자는 현재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릴테크와 분쟁이 오래된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LG전자 관계자는 “이 사안의 법적 시효는 2015년에 이미 만료된 상황”이라며 “따라서 지난해 말 릴테크가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신청한 이후 올해 상반기에 나온 조정안은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감규 부사장도 이번 국감에서 “나는 조정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등 조정안 수용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시효가 만료됐다는 해명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관한 처분 시효는 조사 개시일로부터 5년, 위반행위 종료일로부터 7년으로 정해져 있다. 공정거래조정원도 이에 따라 7년이 지난 사안에는 조정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LG전자는 릴테크와 2011년 초 거래를 중단한 뒤 여러 해 동안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아 시효가 지속해서 연장된 것으로 파악된다. 공정거래조정원이 10여 년에 이른 분쟁을 두고 조정안을 내놓은 까닭이다.
물론 조정안이 법적으로 정당하게 도출됐다고 해도 LG전자가 지금처럼 수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조정안 수용 여부는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는다.
송갑석 의원은 26일 구 회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께서는 ‘부정한 방법으로 1등을 할 거면 차라리 2등을 해도 어쩔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며 “매출 62조 원의 글로벌 기업 총수께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피해 협력사에 13억2800만 원가량을 지급해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2018년 6월 LG 대표이사 회장에 오르며 “그동안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이라는 자산을 계승 및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최근 코로나19를 계기로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상생협력정책을 이전보다 더욱 강화하고 있다. 또 2003년부터 정도경영 신문고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협력사 고충을 접수해 왔다.
하지만 릴테크와 LG전자의 분쟁에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신정훈 릴테크 대표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LG그룹 신문고를 통해 구본무 전 회장과 구광모 회장에게 호소의 글을 올렸는데도 전혀 답변이 없었다”며 “대기업 갑횡포에 의한 어려운 중소기업의 피해가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송 의원의 공개서한이나 LG전자와 릴테크 갈등에 관해 입장 표명을 계획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
한국 중소기업의 기반이 약한 이유가 잘 드러남. 어느 날 갑자기 번뜩이는 기술을 개발해 외국까지 폭풍수출하는 그런 기업은 없음. 신기술을 개발해 여기저기 납품하며 돈을 벌고 그 돈으로 기술 발전시켜 독보적 위치까지 올라가는게 흔히 이야기하는 강소기업인데 과정은 어느 기업이든 다르지 않음. 다만 한국의 기업생태계는 그게 안됨.. (2020-10-27 19:2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