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P조선 노동자 대표들이 채권단에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선수금환급보증(RG)이란 조선사가 기한 내에 배를 만들지 못할 경우 발주처로부터 미리 받았던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물어줄 것을 보증하는 증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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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승만 SPP조선 대표. |
신인석 SPP조선 노동자 대표위원 등은 20일 SPP조선의 채권단인 우리은행과 수출입은행, 무역보증보험, 서울보증보험에 SPP조선에게 선수금환급보증을 발급해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냈다.
SPP조선은 최근 3천억 원 규모의 유조선 8척을 수주했다. SPP조선은 채권단에 선수금환급보증을 요청했지만 채권단은 선수금환급보증 안건을 9일 부결했다.
조선업계는 전체 계약금의 10% 정도를 미리 받고 선박을 인도하면서 나머지 잔액을 받는 ‘헤비테일’ 방식이 보편화돼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 조선사의 선수금환급보증 발급요청을 거부하면 발주처는 선박발주계약을 취소한다.
SPP조선 노동자들은 이 탄원서에서 “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SPP조선은 내년 상반기 가동률이 50%로 떨어진다”며 “SPP조선 노동자와 1만 여명의 가족들은 길거리에 내몰릴 위기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SPP조선은 매각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SPP조선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11월16일 매각공고를 냈으며 12월4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는다.
SPP조선 채권단은 SPP조선에 대해 선수금환급보증을 발급해주면 채권단의 여신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인수자가 정해지면 선수금환급보증을 발급해주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데는 SPP조선을 시작으로 중소형 조선소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하려고 하는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세계경제 저성장으로 조선 등 글로벌 공급과잉 업종을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SPP조선 노동자들은 “수주가 선행되지 않으면 SPP조선의 가치가 낮아져 매각이 더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SPP조선은 조선업 불황과 무리한 투자 등으로 1조2천억 원의 손실을 내 2010년 5월부터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다. 채권단은 올해 3월까지 SPP조선에 1조1천억 원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했다.
SPP조선은 채권단의 관리 아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 올해 들어 3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냈다. SPP조선이 올해 3분기까지 낸 누적 영업이익은 746억 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