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2년 가까이 겸직하던 DGB대구은행장 자리에서 내려와 DGB금융그룹 차원 중장기 성장전략을 짜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김 회장은 이른 시일에 하이투자증권 등 비은행계열사의 기업금융(IB) 등 사업영역을 키워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체질 개선방안을 구체화해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 김태오 DG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겸 DGB대구은행장. |
25일 DGB금융에 따르면 임성훈 대구은행장 내정자가 29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으로 선임된다.
임 내정자는 지난해부터 1년 넘게 이어진 DGB금융그룹 CEO 육성프로그램을 거치며 엄격한 평가를 받았고 이미 대구은행장에 오른 뒤 추진할 사업전략에 관련한 구상도 내놓았다.
김 회장이 대구은행 경영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다음 은행장 육성프로그램에 공을 들인 결과다.
김 회장은 임 내정자의 대구은행장 정식 취임을 계기로 DGB금융그룹 계열사 전반에 적용할 중장기 경영목표와 사업전략을 내놓은 뒤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이제 대구은행의 금리 하락과 지역경기 침체, 코로나19 사태 등 위기 극복 과제를 새 은행장에 맡기고 그룹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김 회장은 올해 초 과제로 제시했던 DGB금융 경영체질 변화와 수익구조 혁신을 실현하기 위해 그동안 다소 미뤄지고 있던 비은행계열사 육성 전략을 본격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하이투자증권과 DGB캐피탈 등 기업금융분야를 키우는 노력이 활발하게 추진될 공산이 크다.
DGB금융지주가 지난해 12월 하이투자증권을 대상으로 2175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본확충을 도왔고 하이투자증권도 기업금융부문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하이투자증권은 DGB캐피탈 등 계열사와 기업금융사업에서 시너지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DGB금융 핵심 성장축을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하겠다며 하이투자증권의 역할 강화에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런 계획을 실제로 실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2월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사태가 초반부터 대구은행의 주요 사업기반인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대구은행 실적 방어가 그룹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코로나19 확산세와 경제상황이 비교적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상반기에 위축됐던 기업금융시장도 회복세에 오른 만큼 김 회장이 다시 사업 추진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하이투자증권은 상반기 증시 호조에 힘입어 순이익을 지난해 상반기보다 약 57% 늘리는 등 DGB금융그룹 실적에 기여하는 폭을 키우고 있다.
DGB금융 관계자는 "비은행계열사 강화의 결실로 어려운 영업환경에도 좋은 실적을 보고 있다"며 "하이투자증권 등 비은행계열사 이익 기여도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비자금 조성과 채용비리 등 혐의로 불미스럽게 사퇴한 뒤 대표이사 회장에 올라 조직 안정화와 지배구조 개선에 주력해 왔다.
당시 김 회장은 대구은행의 안정화와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은행장을 겸직하기로 했지만 이사회와 노조에서 지나친 권한 집중을 우려해 반대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김 회장이 대구은행장 겸직체제를 더 일찍 마치고 비은행계열사 육성에 집중했다면 코로나19 사태에 타격을 더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이 취임 뒤로 대구은행과 그룹 전반의 사업 안정화와 내실 다지기에 꾸준히 힘썼기 때문에 DGB금융이 비은행계열사의 사업을 확장할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DGB금융지주가 2018년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한 것은 김 회장이 취임 뒤 이뤄낸 가장 큰 성과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김 회장이 하이투자증권 등 비은행계열사를 키워 DGB금융그룹 전체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김 회장 임기가 내년 3월 마무리되는 만큼 연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김 회장은 이른 시일에 하이투자증권 사업 확장을 위한 새 사업계획을 발표하거나 추가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현재의 경영체질과 수익구조를 과감하게 혁신해 더 나은 미래에 도전해야 한다"며 "새 수익기반 창출을 올해 목표로 두고 진정한 강자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