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법조계와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 총장은 대검찰청 내부에 정책 연구조직을 확대하는 등 검찰의 정책기능을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 직제개편으로 신설된 형사정책담당 아래 검찰연구관 10명을 두고 검찰정책 전반을 연구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당면 연구과제로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의 검찰 내 수사와 업무시스템을 마련하는 일들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의 검찰인사와 직제개편 이후 검찰총장의 권한이 상당 부분 축소된 데 따라 윤 총장이 돌파구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검찰의 정책기능을 강화한다고 보기도 한다.
여름 검찰인사에서 검찰 고위간부와 중간간부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윤석열라인’은 대거 요직에서 배제된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축소하고 대검의 차장검사급 일부 보직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긴 직제개편안이 8월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윤 총장의 검찰 내부 장악력도 약화했다.
특히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핵심보직인 수사정보정책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 공공수사정책관, 과학수사기획관 등이 폐지돼 윤 총장의 힘이 크게 빠졌다.
윤 총장이 이전처럼 정권 실세를 겨눈 수사에 열을 올릴 수 없게 된 터라 침묵을 유지한 채 대검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시선도 나온다.
윤 총장이 검찰에서 힘을 잃은 반면 대선주자로서는 여전히 돋보이고 있다.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의 ‘8월 다음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보면 윤 총장은 11.1%의 지지를 받으며 3위에 올랐다.
범진보진영 후보인 1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24.6%), 2위 이재명 경기도지사(23.3%)를 제외하면 범보수진영 야권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인 셈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5.9%), 홍준표 무소속 의원(5%), 오세훈 전 서울시장(4.7%) 등 다른 범보수 야권 후보들은 모두 윤 총장보다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8월24일부터 8월28일까지 진행됐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윤 총장 본인이나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 윤 총장의 정계진출에 거리를 두고 있기는 하다. 윤 총장은 여론 조사기관들에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윤 총장이 현직 검찰총장 신분이라 대놓고 대선주자로 나설 수 없는 것이지 검사 옷을 벗거나 임기를 마친 뒤에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전의 검찰총장들이 법무부 장관의 검찰인사나 수사권지휘 발동에 반발해 중도 사임한 것과 달리 윤 총장이 자리를 지키는 데는 검찰총장 이후 대선에 도전할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총장과 비슷한 상황을 맞았던 김각영‧김종빈 전 검찰총장은 각각 서열파괴 검찰 인사지침,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반발해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와 달리 윤 총장은 검찰총장으로 있으면서 정권에 ‘핍박받는 투사’ 이미지를 더 공고히 해 정치적 위상을 높인 뒤 야권의 대선주자 대열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이 임기를 마치는 내년 7월 무렵이면 야권에서도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할 시점이 된다.
정대철 전 민주당 상임고문은 3일 시사워크와 인터뷰에서 “윤 총장이 검찰총장 옷을 벗고 나오거나 쫓겨났을 때 야권에서 대선주자로 데려다 쓰면 재미있는 대결구도가 될 것”이라며 “윤 총장이 좋은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수 야권에서 여전히 눈에 띄는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윤 총장의 대선 도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보수 지지층이나 보수 정치권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윤 총장을 중심으로 결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