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경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검찰이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 주요 계열사 현직 경영진도 대거 기소했기 때문이다.
▲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 |
삼성이 계열사의 경영차질을 우려해 올해 연말이나 연초에 경영진 교체를 추진한다면 세대교체폭이 훨씬 커질 수도 있다.
2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검찰이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재판에 넘긴 11명 중 7명이 현직에 몸담고 있어 앞으로 삼성그룹 경영 전반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이번에 기소된 11명 중 사장급 이상이 8명인데 이 가운데 절반이 현직이다.
이재용 부회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 등이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은 이미 삼성을 떠났고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이사도 고문으로 물러나 있다.
나머지 부사장급 이하 임원들은 모두 현재 재직 중이다. 김용관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 이왕익 삼성전자 재경담당 임원,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다.
모두 주요 계열사에서 핵심 업무를 맡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재판을 받게 되면 이들이 담당하는 업무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데도 제한이 있을 수 있기에 이들의 교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전에도 여러 이유로 재판을 받게 된 삼성그룹 임원들이 퇴진한 사례가 잦았다. 특히 최고경영진일수록 책임지고 물러나는 일이 많았다.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때 이건희 회장과 함께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이 퇴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7년 국정농단 특검 때는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이 퇴진했다.
올해 들어서도 노조와해 사건으로 재판을 받아 법정구속된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사임한 일이 있었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미 재판에 넘겨진 현직 임원들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2일 논평에서 “삼성 지배권 승계 의혹사건 피의자들은 즉각 계열사 임원진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회사경영에 더 이상 큰 부담을 주지 않도록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이번 사건 이외에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삼성전자서비스·에버랜드 노조와해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사건 등 다수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들을 놓고 삼성그룹이 사법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사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그룹의 주축인 삼성전자,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계열사 전반에 관련 임원들이 폭넓게 존재하고 있어 위기에 대응하는 인사가 이뤄진다면 파급은 작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과거 이학수 부회장 퇴진 때는 전략기획실 해체,
최지성 부회장 퇴진 때는 미래전략실 해체가 이뤄졌다. 이상훈 의장 사임 후에는 삼성전자 최초의 사외이사 의장이 등장하는 등 그룹과 계열사 경영에 큰 변화가 동반됐다.
이와 맞물려 삼성그룹이 사법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오너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새로운 경영체제를 도입할지도 주목된다.
과거 SK그룹과 한화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김승연 회장이 수감됐을 때 각각 수펙스추구협의회와 비상경영위원회를 내세워 위기를 극복한 바 있다.
삼성그룹도 과거 삼성 비자금 특검 이후 이건희 회장이 물러났을 때 사장단협의회를 가동해 그룹 경영을 이끌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