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매출 60조 달성 목표 고전
최치훈은 통합 삼성물산 출범 당시 “회사 경영의 최우선 목표는 주주와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매출 증가에 힘쓰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으로 시너지를 내 2020년까지 매출 6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실적이 수년째 정체 상태에 머무르면서 2020년 실제 매출은 절반 수준인 30조 원 초반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건설시장이 침체기에 접어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실적 개선이 어려워졌고 패션부문과 상사부문, 리조트부문도 실적을 크게 늘릴 만한 뚜렷한 계기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급성장이 예상됐던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사업 성과 확인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점이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당시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던 바이오사업의 가치를 높게 책정해 합병비율의 정당성을 확보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기존 삼성물산 주주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 주가도 통합 삼성물산 출범 이후 18만 원에 가깝게 올랐지만 2019년 8월 현재 절반 정도인 9만 원 안팎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최치훈이 이사회 의장으로 여전히 삼성물산의 주요 사업적 결정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성장을 위한 인수합병이나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 상승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사외이사 영입해 이사회 독립성 강화
삼성물산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기로 한 뒤 처음으로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하며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 다양성 강화에 힘을 실었다.
최치훈은 2018년 1월 후임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다고 밝힌 뒤 이사회 의장은 유지하기로 하며 삼성물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변화를 추진했다. 대표이사는 사업에,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의 주요 결정에 집중하도록 하며 선진기업에서 바람직한 형태로 평가받는 의사결정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삼성물산은 2018년 2월 GE의 최고생산성책임자(CPO)를 역임한 필립 코쉐를 사외이사로 신규 영입했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전문경영인과 여성 사외이사 추가 영입 등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실행에 옮길 계획을 내놓았다.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 후보군을 넓히고 의사결정구조를 꾸준히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최치훈은 과거 GE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만큼 필립 코쉐 사외이사 선임을 적극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삼성물산 건설부문 수익성 개선
최치훈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사업 외형을 확장하기보다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삼성물산은 2017년 건설부문에서 매출 11조9830억 원, 영업이익 5010억 원을 냈다. 2016년보다 매출은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5배 가까이 늘었다.
준공했거나 준공이 임박한 프로젝트가 많아지면서 매출이 줄었으나 여러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개선돼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물산은 2017년 국내에서 7조3180억 원, 해외에서 3조1930억 원 등 모두 10조5110억 원의 일감을 확보했다. 2017년 말 기준 수주잔고는 29조9840억 원이다.
2017년 초 그동안 중단하다시피 했던 주택사업 수주를 본격적으로 재개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삼성물산은 2015년 말 서울 서초무지개아파트 수주전에 모습을 드러낸 뒤 1년 넘게 재건축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이를 놓고 주택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런 시장의 의구심을 지우기 위해 주택사업 수주 재개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2017년 전국 어느 곳의 재건축사업에도 도전하지 않았다. 기존에 수주한 주택물량의 분양을 성공하기 위해 주택사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 것이라는 말이 건설업계에 안팎에서 꾸준히 나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사업성 있는 강남권 재건축사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갈수록 재건축시장이 혼탁해지고 있어 사업기회를 잡기 힘든 상황"이라며 "외부환경만 나아지면 수주에 도전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하반기에 2017년 첫 분양을 실시했는데 주택사업에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삼성물산은 2017년 9월에 서울 강남구 개포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해 짓는 ‘래미안강남포레스트’의 분양에 성공했다. 특별공급을 제외한 185가구를 모집했는데 모두 7544명이 모여 평균 40.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10월에 분양한 래미안DMC루센티아도 평균경쟁률 15.1대 1로 청약을 마감했다.
삼성물산이 ‘로또청약’ 열풍에 힘입어 분양에 성공했다는 시각도 있다. 래미안강남포레스트의 경우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보다 평당 분양가가 낮게 책정돼 청약만 당첨되면 평균 2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 나돌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사업에서는 소극적 태도를 여전히 유지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해외 3곳 사업장에서 모두 15억3473만 달러를 신규수주했는데 이는 2014년과 비교하면 수주금액이 4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삼성그룹 주요 전자계열사로부터 공사물량을 배정받아 매출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감안할 때 앞으로 새 먹거리를 해외사업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증권가로부터 나왔다.
| ▲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2015년 7월17일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 안건을 주주 결의에 부치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가결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최치훈은 2015년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합병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결국 합병은 성사됐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15년 5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을 흡수합병한다고 밝힐 당시 삼성물산의 3대주주였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비율을 0.35대 1로 하겠다고 밝혔는데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 합병비율을 문제삼았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그룹이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저평가했다”며 “주주들이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삼성그룹쪽과 엘리엇매니지먼트쪽의 지분 확보 경쟁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최치훈은 40여 일 동안 삼성물산 지분을 지닌 해외투자자들의 아시아 본사가 몰려있는 한국, 싱가포르, 홍콩에 오가며 해외 주주들을 설득해 찬성표를 모았다. 당시 최치훈이 외부로 다니느라 사실상 경영활동이 마비될 정도였다고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2015년 7월에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로부터 합병안을 승인받았다.
삼성물산은 2016년 상반기에 해외사업 부실과 글로벌 경기악화에 따른 신규수주 부진 등으로 경영여건이 급격히 나빠졌다. 최치훈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호주나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신규수주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일모직과 합병으로 덩치가 비대해진 삼성물산의 조직규모도 줄였다.
최치훈은 2016년 9월 삼성물산의 빌딩사업부를 축소했다. 빌딩사업부에 있던 주택사업본부와 하이테크사업본부를 본부 단위에서 팀으로 축소한 것이다.
△삼성물산 사장 취임
최치훈은 2011년부터 삼성카드 사장을 맡았는데 2013년 말 임원인사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장 사장으로 발탁돼 자리를 옮겼다.
당시 건설 전문가가 아닌데도 건설업계 수장에 오른 것이 다소 뜻밖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최치훈은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카드 등에서 최고경영자를 맡은 경험이 있지만 현장 중심으로 사업이 돌아가는 건설사의 경영을 맡기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국내와 해외 모든 사업에서 삼성물산이 고전하자 실적 개선의 임무를 받고 삼성물산 사장에 투입된 인사로 해석되기도 했다. 최치훈은 삼성SDI와 삼성카드 사장을 맡으며 짧은 시간 안에 수익성을 개선하고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최치훈이 GE에서 에너지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는 이유를 들어 삼성물산의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한 인사라는 말도 나왔다. 최치훈은 GE에너지 서비스부문 아시아사장, GE파워시스템 아시아사장, GE에너지 서비스부문 전세계 영업총괄 사장 등을 맡았는데 삼성물산의 태양광사업 진출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