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재판
검찰은 2019년 4월 삼성전자 임직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 대비해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2018년 5월 검찰수사가 임박하자 본격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회계자료 등을 삭제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삼성전자 보안선진화TF 소속 임직원은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에서 직원들이 차례대로 컴퓨터를 들고 회의실에 오도록 해 특정 단어가 포함된 자료와 이메일을 삭제했다.
VIP와 JY, 이재용, 사업지원TF와 미전실, 상장, 나스닥, 합병 등 단어가 삭제대상에 포함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도 비슷한 증거인멸작업이 진행됐다.
삼성전자 보안선진화TF 소속 서모 상무는 임직원과 김태한의 사무실에 직접 찾아가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를 영구적으로 삭제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이 쓰던 컴퓨터와 휴대전화에도 증거인멸 작업이 이뤄졌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들의 개인 휴대전화도 삼성전자 임직원의 검열을 받았다.
2018년 8월 이후에는 백모 상무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및 삼성바이오에피스 사무실을 찾아가 직원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점검을 주도하고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장 바닥에 회계자료 등이 담긴 서버를 숨긴 것도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지시로 이뤄졌다.
이와 같이 증거인멸을 시도한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1심에서 무더기로 실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2019년 12월9일 증거인멸 및 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 등 8명에 관한 선고기일을 열고 이 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소속 김모 부사장과 박모 부사장에게는 나란히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됐다.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서모 삼성전자 상무와 백 상무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각각 선고됐다.
이모 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안모 대리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받았다.
증거위조 등의 혐의를 받는 양모 삼성바이오에피스 상무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2016년 11월1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태한의 구속영장 기각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김태한에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2019년 5월22일 김태한과 김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부사장, 박모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태한 등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관련한 증거인멸에 조직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이나 은닉 과정, 김태한의 직책 등에 비춰 보면 ‘증거인멸 교사’ 공동정범 성립 여부에 다툴 여지가 있다”며 “김태한의 주거나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2019년 7월16일에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 혐의를 적용해 김태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태한에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도록 회계 처리기준을 변경하면서 4조5천억 원 규모의 장부상 평가이익을 얻는 데 관여한 혐의를 적용했다.
김태한은 상장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개인적으로 사들이면서 매입비용과 우리사주조합 공모가의 차액을 현금으로 받아내는 방식으로 30억 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도 받았다.
하지만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가 수집돼 있는 점, 주거와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분식회계 논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7년 3월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진 뒤 현재까지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4년 연속 순이익 적자를 벗어나 단숨에 흑자 1조9천억 원을 냈다.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3300억 원을 합작투자해 세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가 4조8천억 원으로 평가됐고 2015년 회계에 이 가치가 순이익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85%를 들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영업·인사 등 경영의 모든 부분을 책임지고 있었다. 미국 바이오젠은 나머지 15%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분을 절반까지 늘려 공동경영을 주장할 권리(콜옵션)가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가 유럽에서 승인을 받자 바이오젠도 지분을 절반까지 늘려 공동경영을 주장할 가능성도 커졌다며 2015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처리했다.
이 덕분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1조9049억 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이를 놓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의 몸값 부풀리기를 위한 분식회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확대되는 상황이었다.
논란이 확대되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7년 3월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삼일, 삼정, 안진 회계법인 등 이미 3곳으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에 대한 적정의견을 받았다”며 “2016년 상장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이 위탁한 한국공인회계사회로부터 감리를 받아 '중요성의 관점에서 회계기준에 위배된다고 인정될 만한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받았다”고 해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 합병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를 놓고도 “삼성물산의 합병은 2015년 7월17일 주주총회에서 의결됐고 9월1일자로 합병됐지만 당사의 회계처리 결과 반영은 그 이후인 2015년 12월31일이기 때문에 합병비율 산정 등 합병 과정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2017년 4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대상으로 특별감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2018년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를 위반했다고 결론내렸다.
금감원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018년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재무담당 임원을 해임하도록 권고하고 3년 동안 지정 감사인의 감사를 받도록 하는 1차 제재를 내렸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018년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2차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년, 시정 요구(재무제표 재작성), 과징금 80억 원 부과 등의 처분을 내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검찰에 고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권선물위원회의 1차, 2차 제재에 모두 불복해 소송과 집행정지를 제기했다.
법원은 2019년 1월, 2월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1, 2차 제재 집행정지를 모두 인용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증선위의 1, 2차 제재를 모두 피할 수 있게 됐다.
본안소송 결과가 나오려면 상당 기간이 지나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유지
한국거래소는 2018년 12월10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을 유지하고 주식 거래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은 11일부터 곧바로 거래가 재개됐다.
금융위원회 아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 분식회계’를 판단한 2018년 11월14일부터 거래정지가 된 지 20거래일 만이다.
한국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 위원들이 기업의 계속성과 투명성, 투자자 보호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한은 직접 기업심사위에 참석해 의견을 전달했다.
기업심사위원회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이날 결론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이 22조 원에 이르는 데다 주주 가운데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만큼 신속하게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찬성과 상장 특혜 의혹
2015년 7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시너지에 관한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김태한은 두 기업의 합병을 적극 지지했다.
그는 통합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바이오산업 노하우와 삼성물산의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활용해 바이오사업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한은 국제의결자문기구인 ISS가 삼성물산 합병반대 보고서를 통해 삼성그룹 바이오사업의 가치를 저평가했다며 “삼성그룹은 합병으로 바이오사업에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데 ISS의 평가에 주관적 시각이 개입돼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 상장 과정에서 거래소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일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1월10일 코스피에 상장했는데 한국거래소가 11월4일에 상장요건을 바꿨다. 그전에는 매출액이나 이익이 일정 규모 이상이어야 상장이 가능했는데 시가총액 6천억 원 이상, 자기자본 2천억 원 이상이면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출범한 뒤 영업손실을 계속 보고 있어 기존의 상장요건을 충족하기 힘들었는데 거래소가 규정을 바꾸면서 기업공개에 성공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7년 2월14일 회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코스피 상장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적이 없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무상임대를 위한 외국인투자기업 편법이용 논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인천광역시는 2011년 송도 경제자유구역 내 공장부지 8만3천 평에 대해 50년 무상토지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최초로 20년을 계약하고 이후 10년 단위로 최대 50년 동안 재계약하는 조건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토지 임대료 면제 혜택을 받았다. 미국계 기업 퀸타일즈로부터 자본금 10%를 유치해 외국인투자기업의 지위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인천광역시 공유재산관리조례 제32조에 의거한 토지 무상임대 면제요건을 보면 계약 체결일로부터 5년 동안 외국인투자금액이 2천만 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그 이후부터 외국인투자기업이면서 1일 평균 고용인원 300명 이상 등을 충족해야 한다.
외국인투자기업 조건은 투자금액이 1억 원 이상이다. 이후 주식이나 지분 일부 양도나 감자 등으로 요건을 충족하지 아니하더라도 이를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본다.
퀸타일즈는 6년이 지나자 출자금을 회수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율이 0.07%로 감소했다. 잔존자본금액은 10억 원 수준이다.
이를 놓고 시의회와 시민단체들은 50년 동안 1천억 원에 이르는 토지임대료를 면제받기 위해서 꼼수를 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