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일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삼성그룹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약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할 때 채권과 주식 합계액 기준을 현행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하여 자산운용비율 3%를 초과하는 계열사의 지분 보유분을 5년 이내에 해소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19대와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했고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이용우 의원이 다시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여당이 과반수가 넘는 의석을 점유하고 있어 국회 통과가 유력한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8.5%를 대부분 처분해야 한다.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이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계열사가 필요한데 상호출자와 순환출자 금지 등 여러 규제를 피해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계열사는 사실상 삼성물산 뿐이다.
하지만 28조 원에 이르는 취득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팔아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시장에 퍼져 있지만 이런 방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김 연구원은 파악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해 삼성전자의 2대주주에서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면 지주회사 전환이 불가피해지기 떄문이다.
비금융지주회사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비율(자회사의 장부가액 합계를 총자산으로 나눈 수치)이 50%를 넘으면 지주회사로 분류된다. 최대 4년의 유예기간 안에 지주회사 행위제한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삼성전자 지분이 자회사 장부가액에 포함되지 않고 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삼성물산의 지주비율이 10% 미만에 머물렀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되면 삼성전자 지분을 자회사 장부가액에 포함해야만 하고 지주비율은 74.2%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연구원은 “이는 차입 확대(총자산 확대)나 자회사 흡수합병(자회사 장부가액 축소) 등을 통해 50% 미만으로 낮출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바라봤다.
삼성물산이 지주회사가 되면 지주회사의 행위제한요건에 따라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지분을 최소 20%(상장사 기준)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물산이 13.5%까지 늘린 삼성전자 지분을 다시 20%까지 늘려야 하는데 이에 드는 비용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최대 4년의 유예기간에 모두 21조6천억 원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이 금산분리 요건에 따라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19.3%를 처분해야 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김 연구원은 “이런 절차들을 감안할 때 보험업법 개정안 시행으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삼성물산이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