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31일 전라북도 전주 국민연금공단 본사에서 열린 임직원 간담회에서 임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
김용진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국민연금 개편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따른 제도 정비를 어깨에 짊어졌다.
김 이사장이 31일 취임하면서 내놓은 국민과 약속에는 지속가능한 국민연금 만들기와 기금운용의 수익률 제고, 기금의 전문·투명성 강화 등이 포함됐다.
국민연금기금은 현재 제도대로 운용된다면 2042년에 보험료 수입보다 급여 지출이 많은 적자로 전환된 뒤 2054년 정도에 완전히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 노후를 제대로 책임지려면 국민연금의 현행 구조를 바꿔 기금의 고갈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김 이사장도 취임사에서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후소득 보장과 재정 안정화라는 두 목표가 잘 조율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연금 개편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의 의견이 쉽게 모여지지 않는 점은 김 이사장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
이에 앞서 정부는 2018년 현행 유지, 기초연금 강화, 노후소득보장 강화 등으로 나뉜 개편안 4개를 20대 국회에 냈지만 회기가 끝날 때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국민연금 개편을 논의했지만 현행 유지,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인상, 보험료율만 인상하는 방안 등 3개의 제안으로 좁히는 데 그쳤다.
김 이사장은 단일 개편안 마련을 추진하면서 단기적으로는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확대에도 힘써야 한다.
향후 10년 정도는 보험료 수입이 급여 지출보다 많아서 기금운용액이 계속 늘어나는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고려해 국민연금은 전체 기금운용에서 수익률 높은 해외투자 비중을 2020년 36%에서 2025년 55%, 대체투자 비중을 같은 기간 13%에서 15%까지 높일 계획을 세웠다.
국민연금이 세운 목표기간은 김 이사장의 임기인 2020년 8월31일부터 2023년 8월30일까지와 상당 부분 겹친다.
김 이사장은 임기 안에 ‘고수익 고위험’인 해외·대체투자 비중을 끌어올리면서도 국민연금에 걸맞는 안정적 수익률도 지켜야 하는 양가적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김 사장도 취임사에서 “대체투자와 해외투자의 비중을 늘리는 등 투자 대상과 지역, 방식을 다변화하면서 이를 위한 운용인프라 확충에도 온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원칙)을 도입한 지 3년차에 접어들면서 확인된 미흡한 점들을 보완하는 것도 김 이사장의 향후 과제로 꼽힌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가 투자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데 필요한 의결권 행사지침을 가리킨다.
감사원은 7월 말 국민연금을 감사한 결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스스로 결정한 기준과 맞지 않는 의결권 행사를 여러 차례 한 점을 문제 삼았다.
국민연금이 사내·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실제로는 선임되는 등의 사례가 많아 의결권 행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8월에 연 국회 토론회에서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뒤에도 적극적 주주활동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 이사장 개인으로서는 다가오는 10월 국정감사에서 ‘보은인사’ 논란에 맞대응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전임자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취임했다가 야당의 비판을 받았던 전례가 있다.
김 이사장은 4월에 열린 21대 총선 당시 경기도 이천 지역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