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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과천 코오롱타워에서 열린 코오롱그룹 통합 시무식에서 이웅열 회장이 '더하고 곱하고 나누기'를 올해 경영지침으로 선언하고 있다. |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너무 낙관적인 것일까? 올해 신년사에서 이 회장은 ‘더하고 곱하고 나누기’를 경영방침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정작 이 회장에게 절실한 것은 ‘빼기’다. 코오롱글로벌을 비롯한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코오롱이 자산규모를 늘이고 재계순위 ‘20위권’으로 재진입하기 위해 이 회장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부채 줄이기’다.
지난 8일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2004~2013년 10년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 그룹의 공정자산 순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코오롱그룹의 재계 순위는 31위로 나타났다. 2004년 23위에서 8계단이나 하락하면서 코오롱은 재계 순위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코오롱그룹의 자산은 2004년 4조6050억 원에서 지난해 말 9조6200억 원으로 109% 증가했으나 재계 1위~10위 그룹의 공정자산이 같은 기간동안 평균 300% 이상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코오롱그룹의 성적은 중간 정도다.
문제는 앞으로다. 코오롱그룹의 계열사들의 부채 규모가 커지면서 코오롱그룹의 성장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코오롱의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508%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439%) 6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영업손실 184억원, 당기순손실 272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3년 연속, 순손실은 2년 연속이다.
지난해 7월 코오롱글로벌은 부채 비율이 500%를 넘어서자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부채비율을 낮출 유동성 확보를 위해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2차례에 걸쳐 각각 금리를 8.2%와 8.8%로 발행했으나 단 한 명의 기관투자자도 나서지 않았다. 결국 8월1일 여타 기관투자자들의 참여 없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500억원을 거둬들이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시장에서는 코오롱글로벌 회사채 발행 결과를 시장내 코오롱그룹의 입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에 아무도 뛰어들지 않을 만큼 코오롱그룹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오롱그룹이 에너지, 전자재료 등 신사업에 꾸준히 뛰어든 점은 인정하지만, 적자 사업이 많은 탓에 신용등급이 낮은 자회사가 많은 점이 코오롱의 신뢰도를 끌어내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의 지주사인 ㈜코오롱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328%에 이른다. 1년 전보다 37%포인트나 높아졌다. 이밖에도 지난해 기준 코오롱그룹 계열사 38개 중 16곳이 자본총계가 납입 자본금보다 낮은 자본잠식 상태다.
따라서 코오롱그룹은 당분간 사업 확장보다는 기존 사업 구조 조정 및 실적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 경기 침체로 코오롱건설을 인수합병한 코오롱글로벌의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회사채 만기 도래분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금액의 자금 확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