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전자공시시스템의 자료를 분석해 보면 8월 진행된 삼천리그룹 특별관계자들의 삼천리 지분 매입 과정에서 이만득 삼천리그룹 회장의 이씨 가문과 유상덕 에스티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옛 삼탄) 회장의 유씨 가문이 동일지분 보유원칙을 유지했다.
이날 기준으로 두 가문의 삼천리 주식 보유량은 79만1595주로 정확히 일치한다. 7월 말 기준 75만3579주에서 두 가문이 각각 3만8016주씩 사들였다.
삼천리그룹은 경기도와 인천 지역의 도시가스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삼천리 계열과 인도네시아, 호주 등 해외를 중심으로 석탄산업을 진행하는 삼탄 계열로 나뉜다. 에너지사업과 자원개발사업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재계 서열 52위에 올라 있는 준대기업집단이다.
이씨 가문과 유씨 가문이 두 계열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삼천리와 에스티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의 지분을 똑같이 보유한다는 동일지분 보유원칙을 지키고 있으며 이씨 가문이 삼천리 계열을, 유씨 가문이 삼탄 계열을 경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룹의 지주사 격인 삼천리의 특별관계자 지분 변동이다.
두 가문의 동일지분 보유원칙이 유지되는 사이 오너3세 경영자인 이은백 삼천리 사장과 유용욱 에스티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 실장이 오너2세와 삼천리 지분 보유량의 격차를 늘리고 있다.
이 회장과 유 회장은 7월 말 기준으로 삼천리 지분을 각각 8.34%, 5.9%씩 들고 있었다. 8월 이 회장이 삼천리 지분을 사들이지 않는 사이 유 회장의 지분율은 6.46%까지 높아졌다.
이 기간 이 사장과 유 실장은 삼천리 지분율을 8.8%에서 9.18%로 끌어올렸다. 이 회장과 두 오너3세의 지분율 격차가 0.46%에서 0.84%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삼천리그룹에서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나온다.
삼천리그룹의 경영승계 가능성은 지난해 12월30일 유씨 가문 내부에서 지분 증여를 통해 유 실장이 삼천리 지분 7.84%를 확보하면서 처음 고개를 들었다.
이 사장은 1973년 태어났는데 일찌감치 삼천리 지분 7.84%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유 실장은 1988년 출생으로 삼천리 지분 확보가 비교적 늦었다.
유 실장이 삼천리의 주요 주주로 올라선 뒤 이 사장과 발을 맞춰 지분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어느새 오너2세의 지분율을 넘어선 것도 모자라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물론 삼천리그룹의 세대교체가 아직 시기상조라는 시선도 있다.
이 회장은 1956년 태어났고 유 회장은 1959년 출생으로 모두 60대다. 전문경영인이라면 몰라도 오너경영인으로서는 아직 은퇴를 거론할 나이가 아니다.
이 사장은 40대 후반으로 그룹을 이끌기에 어리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유 실장은 아직 30대로 다소 젊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천리그룹의 경영승계를 단순히 오너 2세와 3세의 지분율 차이에만 중점을 두고 바라보기는 적절하지 않다”며 “지분율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으며 세대교체는 내부적으로 장기적 준비를 거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삼천리그룹이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가운데 계열분리를 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공동경영체제의 기업집단은 대개 세대가 바뀔수록 가문 사이의 유대 관계가 약해져 계열분리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으로 이 사장은 삼천리 주식 37만2070주를, 유 실장은 37만2069주를 들고 있다
이 사장이 유 실장보다 삼천리 주식을 고작 1주 더 들고 있을 뿐이지만 삼천리그룹의 공동경영체제에서 1주는 단순한 숫자 1 이상의 의미가 있다.
2010년 삼탄(현 에스티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이 삼천리 보유지분을 이씨 일가에 넘길 때 단 1주 때문에 두 가문의 주식 보유량을 똑같게 만들 수 없게 되자 삼천리 주식 1주를 장내에서 팔았던 사례가 있다. 잠깐이라도 두 가문의 주식 보유량에 차이가 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다.
1주의 차이는 장차 이씨 가문이 삼천리 계열을, 유씨 가문이 삼탄 계열을 들고 가는 계열분리로 이어질 가능성을 암시한다는 얘기다.
다만 가문 단위의 동일지분 보유원칙이 엄연히 유지되고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1주의 차이가 앞으로의 지분 변동 과정에서 해소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삼천리그룹 관계자는 “삼천리 주가가 7~8월 하락세를 보여 오너경영인들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주식을 매입했고 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3세 경영자들의 지분이 2세의 지분을 넘어선 것”이라며 “이 사장과 유 실장의 1주 차이도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천리그룹 두 가문의 공동경영체제는 가문의 보유 주식 수에서 나타나듯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