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게임에서 쌓은 기술력으로 엔터테인먼트사업을 확장해도 승산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인다.
27일 엔씨소프트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김 대표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펼치는 데 게임 지식재산을 2차 창작물로 확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사업으로 쌓아온 여러 기술 등을 적용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소프트는 7월 8억 원을 들여 자회사 클렙 지분 66.7%를 확보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했다.
투자 규모로만 보면 큰 규모가 아니지만 클렙 대표이사에 김 대표의 동생인 김택헌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을 선임하면서 무게를 실었다.
김 부사장은 엔씨소프트에서 시장 트렌드에 민감하고 유행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는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부사장은 2016년 엔씨소프트가 모바일게임으로 체질을 전환할 때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를 맡으면서 ‘리니지M’ 등을 통해 모바일 플랫폼 안착을 이끌었다.
김 부사장과 함께 김정하 엔터사업실 실장도 클렙의 사내이사를 맡았다.
김 실장은 엔씨소프트의 캐릭터 브랜드 스푼즈사업을 총괄한 인물인데 그만큼
김택진 대표가 엔터테인먼트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가 엔터테인먼트사업에서 게임 지식재산의 2차 가공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콘텐츠 제작영역까지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게임을 통해 모션그래픽과 인공지능 기술, 음악 부분에서 꾸준한 기술력을 쌓은 만큼 이를 접목해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모션캡처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 등은 김 대표가 꾸준히 투자를 해 온 엔씨소프트의 대표적 연구개발(R&D) 분야다.
모션캡처는 온 몸에 마커를 붙인 배우가 연기를 하면 배우의 동작과 표정을 그대로 인식해 캐릭터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기술로 전문 스튜디오가 아닌 게임회사에 이런 공간을 갖추고 있는 것은 흔치 않다.
인공지능도 2011년부터 꾸준히 투자를 이어오면서 150여 명의 인력을 확보해 게임을 넘어 이용자와 대화를 나누고 이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까지 서비스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확보하고 있는 게임 지식재산의 캐릭터들에 이런 기술을 적용해 가상 콘텐츠나 한류 스타들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활용한 디지털콘텐츠 제작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라이엇게임즈가 운영하고 있는 가상 걸그룹 ‘K/DA’도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
K/DA는 라이엇게임즈의 대표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 캐릭터인 ‘아리’와 ‘아칼리’, ‘이블린’, ‘카이사’가 K팝 스타라는 콘셉트로 게임 안에서 아이템을 출시하는 것을 넘어 음반도 내놓고 있다.
데뷔곡인 ‘POP/STAR’는 유튜브에서 조회 수 3억6천만 회를 넘기면서 인기를 끌었다.
엔씨소프트도 2016년부터 해마다 유명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공연 및 음원 발매 등을 진행하는 ‘피버 뮤직 페스티벌’을 열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가상 캐릭터들이 맡을 수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클렙에서 기술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클렙은 이런 사업 실행을 위한 스튜디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