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복 SC제일은행 행장이 모기업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의 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SC제일은행의 자산관리부문 수익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C제일은행은 환매중단 사태에 휩싸인 사모펀드를 미리 걸러내는 등 위기관리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업권의 펀드부문 민원이 늘어나는 가운데 SC제일은행은 오히려 민원건수가 줄었다.
상반기 은행권 전체 민원건수는 175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했다. 특히 펀드부문 민원건수는 전체 민원건수에 28%에 이르는 497건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자산운용 펀드 등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따른 펀드부문 민원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SC제일은행은 상반기 26건의 민원이 제기돼 지난해 같은 기간 37건보다 오히려 29.7% 감소했다.
앞서 SC제일은행은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펀드 등을 자체 심사 과정에서 모두 걸러내 사모펀드 무풍지대로 남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SC제일은행이 모회사인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의 고도화된 상품 평가기준과 팀 중심 운영체계를 통해 앞선 리스크 관리를 유지한 결과로 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은 펀드 등 자산관리 상품을 선정할 때 3P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3P는 사람(people), 과정(process), 상품(product)으로 기본적으로 살펴보는 상품뿐 아니라 과정과 사람을 모두 따져본다는 뜻이다.
펀드를 판매하기 전 운용사의 신용등급과 운용 조직, 리서치팀의 과거 5년 동안 실적과 평판을 모두 조사한다. 투자대상을 정할 때는 유동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없는지도 함께 들여다본다.
박 행장이 2015년 취임한 이후 SC제일은행도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의 3P 기준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SC제일은행은 2005년 스탠다드차타드그룹에 인수됐지만 2015년 전까지 펀드 판매전략에서 국내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었다.
박 행장이 취임 후 글로벌 펀드 심사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이 위험 관리에서 빛을 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은 3P 심사 과정을 거쳐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모두 걸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C제일은행은 하반기 자산관리 수익 확대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행장은 2019년 전체 수익의 10%를 차지한 펀드 등 자산관리부문 수익을 올해 25%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펀드 판매규모는 6월말 기준으로 2조272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2조360억 원보다 11.6% 늘어난 것이다.
반면 신한은행(-3.1%)과 하나은행(-4.2%), 우리은행(-14.6%) 등 대부분 시중은행은 사모펀드 환매 중단에 따라 펀드 판매잔액이 줄었다.
SC제일은행은 이번 사모펀드의 환매중단 사태로 확인된 위기 관리능력을 바탕으로 펀드 판매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 자산관리에서 수익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그룹과 연계해 미래의 중요한 영업기반인 자산관리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글로벌 자산관리 전략으로 자산관리 수익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