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이 구원투수로 투입돼 저가수주에 따른 경영난을 이겨내고 안정적 수익을 내는 회사로 탈바꿈해 내고 있다.
현대로템은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되는데 이 사장은 수소사업으로 새 성장동력을 닦고 있다.
12일 증권회사 분석을 종합하면 현대로템은 올해 영업이익을 낼 가능성이 크다.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로템은 올해 420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할 것”이라며 “철도부문에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며 방산부문에서 K2전차 생산 정상화 효과, 플랜트부문에서 해외 적자사업 손실 축소 등의 효과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체사업을 통해 영업이익을 개선하는 셈인데 여기에 수소 신사업이 붙으면 현대로템은 향후 실적 안정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로템은 3월 주주총회에서 수소충전설비 공급사업을 사업목적에 새로 추가한 뒤 최근에는 2025년까지 매출 3500억 원을 올리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며 사업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개별기준으로 매출 2조2천억 원을 올렸다. 3500억 원이면 전체 매출의 16%에 이르는 적지 않은 규모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자체 시뮬레이션을 통해 달성 가능한 매출목표를 제시했다”며 “목표매출은 수소충전설비 공급사업만 반영해 구한 것으로 현재 개발 중인 수소전기트램 관련 사업을 포함한다면 수소사업 관련 매출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 사업은 크게 철도, 방산, 플랜트, 기타부문 등 4개로 나뉘는데 철도부문에서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올리고 있다.
현대로템은 그동안 철도부문의 저가수주와 잦은 설계변경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전체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소사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한다면 그만큼 실적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현대로템이 안정적 실적을 내는 회사로 거듭나면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
이용배 사장의 입지도 더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현대차 경영기획담당과 기획조정3실장, 현대위아 기획·경영지원·재경·구매담당 임원,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등을 지낸 재무 전문가다.
현대차증권 대표로 재임할 때는 매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시장에서는 이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봤는데 2019년 말 인사에서 현대로템에 긴급 투입됐다.
전임 사장이 취임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깜짝인사’였는데 시장에서는 현대로템 실적 악화가 배경으로 꼽혔다.
현대로템은 2017년과 2018년에 개별기준으로 각각 영업손실 2240억 원, 3624억 원을 냈다.
현대차가 2017년과 2018년에 올린 연결기준 영업이익 2조4천억 원, 3조6천억 원의 10% 수준으로 현대로템 영업손실이 없었다면 현대차는 두 해 모두 영업이익이 지금보다 10%가량 늘 수 있었다.
현대차는 현대로템 지분 43.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현대로템 실적을 연결기준으로 인식한다. 현대차그룹 53개 계열사 가운데 1천억 원 이상 영업손실을 본 곳은 2년 모두 현대로템이 유일했다.
이 사장은 현대차증권 대표를 맡기 전 현대위아에서도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현대로템마저 건실한 회사로 바꿔낸다면 현대차그룹 내 구원투수로서 몸값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이 사장은 현대로템으로 자리를 옮긴 뒤 재무구조 개선, 경영 정상화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현대로템이 올해 초 지난해 잠정실적을 2차례나 수정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상장사는 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해 실적을 수정 발표할 때가 드문데 현대로템은 지난해 잠정실적을 발표한 뒤 충당금 등을 추가로 설정하며 2번이나 실적을 수정해 발표했다.
▲ 현대로템이 추진하는 신사업 수소충전소 조감도. |
이에 따라 지난해 영업손실이 애초보다 700억 원 이상 늘었는데 시장은 비용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재무적 불확실성을 낮추려는 이 사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바라봤다.
이 사장은 1월 임원 수를 20% 줄이고 조직을 축소하며 비상경영을 선포했고 여전히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그 결과 현대로템은 1분기에 영업이익을 냈는데 2019년 1분기 이후 4개 분기 만에 거둔 성과다.
현대로템은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6705억 원, 영업이익 117억 원을 냈다. 2019년 1분기보다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918% 늘었다.
현대로템에 지속경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이 사장의 노력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사장은 4월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에 보유하고 있던 토지와 지분을 팔아 각각 878억 원, 812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했고 지금은 23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장은 1월 비상경영 선포식에서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선행관리 위주의 선순환구조로 바꿔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며 “수익성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등 강도 높은 내실경영을 추진해 지속경영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