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하는 한국롯데 지배구조를 더욱 다지면서 동시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열사에 자금지원을 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뒀다.
1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지주가 롯데푸드 지분율을 36.08%로 끌어올리면서 롯데지주에서 보유한 지분율이 30% 이하인 상장 계열사는 롯데칠성음료(26.54%)와 롯데케미칼(24.03%) 등 2곳만 남았다.
롯데지주는 11일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에서 보유하고 있던 롯데푸드 지분 13.29%를 약 555억 원에 사들였다.
롯데푸드는 롯데그룹 계열사 가운데 롯데지주가 보유한 지분율이 가장 낮은 회사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율이 20%만 넘으면 되지만 추가로 지분을 늘리면서 롯데지주의 지배력을 더욱 다진 것이다.
신 회장이 올해 3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 오르면서 한일롯데 '원톱'에 오른 만큼 이를 더욱 굳건히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를 출범한 뒤 주요 계열사 지분을 롯데지주로 모으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롯데지주는 2017년 10월 출범한 뒤 2018년 10월 롯데푸드와 롯데케미칼 지분을 각각 늘리며 계열사 지배력을 더욱 키웠다.
2018년 12월에는 대홍기획 지분율을, 2019년 3월에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율을 각각 끌어올렸다.
이번에 롯데푸드 지분을 추가한데 이어 올해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도 추가로 소폭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아래 있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한국롯데에 지분적 측면에서 끼치는 영향력도 낮아졌다.
여전히 호텔롯데 등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이 상당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한국롯데와 일본롯데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려는 신 회장의 의지가 굳건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후속작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
호텔롯데가 지분을 들고 있는 그룹 주요 계열사를 살펴보면 롯데건설 43.07%, 롯데물산 31.13%, 롯데글로벌로지스 10.87%, 롯데쇼핑 8.86%, 롯데칠성음료 5.92%, 롯데제과 2.11% 등이다.
이번 계열사 지분취득은 지주사체제 강화와 동시에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호텔 관련 계열사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성격도 짙다.
최근 코로나19로 호텔업과 면세점업 등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롯데지주가 자금적 측면에서 숨통을 트게 도와준 모양새다.
이는 롯데그룹이 다루는 사업 대부분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본시장에서도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4월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롯데지주가 잇달아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5월 호텔롯데, 롯데렌탈이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확보했다.
6월에는 롯데하이마트가 회사채 발행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2달여 동안 회사채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규모만 1조75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자금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당장 직접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지 않지만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미리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해두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