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박원순, 김종인 세 정치인의 특징이 기본소득 논의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제 논의에서도 좌고우면 없이 '직진 본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사이다'답다.
기본소득과 관련해 재원 확보가 문제가 되는데 이 지사는 증세없는 기본소득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은 현재 재원에서 복지대체나 증세 없이 가능한 수준에서 시작해 연차적으로 추가 재원을 마련해 가며 증액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1년에 20만 원밖에 못주더라도 일단 제도를 도입한 뒤에 재정 여력에 맞춰 확대해 나가면 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를 놓고 비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랑곳 않는 분위기다. 정치권은 물로 경제학계 일부에서도 증세 없는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포퓰리스트'라고 이 지사를 비판한다.
하지만 이 지사는 6일 페이스북을 통해 “기본소득을 두고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공격 때문에 망설이는 사이 미래통합당이 기본소득을 그들의 주요 의제로 만들고 있다”며 “포퓰리즘몰이가 두려워 할 일을 포기하는 게 진짜 포퓰리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본소득 도입에도 제도에 소요되는 예산과 효과 등을 고려하며 정책적으로 다듬는 데 더 힘을 쏟는 것으로 파악된다. 디테일에 강한 '워커홀릭'을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지사가 의제 선점에 주력하며 과감한 행보를 보이는 것과 비교해 다소 속도는 늦지만 더욱 현실성 있는 정책을 내놓으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박 시장은 디테일에 강한 반면 과감하게 의제를 선점해 대선주자 브랜드를 만드는 ‘결정적 한방’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기본소득과 관련해서도 뚜렷한 자기 브랜드를 만들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 시장은 기본소득 논의에서 사회적 약자를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는데 이를 두고 박 시장의 이력과 무관치 않다는 시선도 있다.
정계 입문 전 기부문화를 정착시켜 사회적 약자를 지원한다는 목적을 지닌 ‘아름다운 재단’을 설립해 운영한 경험이 있다. 아름다운재단 활동은 박 시장이 대중적 인지도를 얻고 성공적으로 정계에 입문하는 발판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은 탁월한 정치감각을 앞세워 단숨에 정치권의 화두가 된 기본소득 논의의 중심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주자들이 기본소득 논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 비교해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 논의에 기름을 부었지만 '고려할 게 많아 당장 시행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인다.
김 위원장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장기적으로 소득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1차적으로 재정조달이 장기적으로 가능한지 봐야 한다"며 "코로나19 문제로 적자재정이 시작된 상황에서 기본소득을 당장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경제학자 출신인 데다 경제 관료로 오래 일했던 김 위원장의 경험과 이력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낳았을 것으로 분석한다.
김 위원장은 독일 뮌스터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경제학 분과 가운데서도 재정학 분야를 주로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학을 마친 뒤 서강대학교 경제학 교수로 일하다 박정희 정부에서 정책자문 역할을 했고 노태우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일하는 등 경제학자와 경제관료로 활동했다.
현재 이 지사와 박 시장, 김 위원장뿐 아니라 여야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물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기본소득을 검토해야 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어 기본소득 논의는 다음 대선에서 핵심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민주당 의원도 연합뉴스의 문의에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하고 그와 관련한 찬반 논의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