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거쳐 한화시스템(옛 한화S&C)의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확정하면 한화그룹은 1차적으로 과징금 행정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제23조의2를 통해 특수관계인을 향한 부당한 이익제공,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어기면 시정조치를 내리고 매출의 5% 이하로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
공정위는 현재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한화S&C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대상으로 제재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S&C는 2017년 10월 에이치솔루션과 한화S&C로 분할한 뒤 2018년 8월 한화시스템과 합병한 뒤로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감 몰아주기는 총수일가 지분이 일정 기준을 넘는 계열사를 제재 대상으로 삼는데 한화S&C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대주주인 한화시스템과 합병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한화S&C는 분할 전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매년 매출 3천억 원대를 올렸다.
공정거래법이 최근 3년 평균 매출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매기는 만큼 한화시스템은 일감 몰아주기 제제가 확정되면 최대 100억 원대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공정위가 검찰에 한화시스템을 고발하면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공정위는 한화시스템뿐 아니라 과거 한화S&C에 일감을 준 한화, 한화생명, 한화건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한화테크윈), 한화솔루션(옛 한화케미칼) 등에도 검찰 공소장 격인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공정거래법은 일감 몰아주기 조항인 제23조2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각 계열사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실형을 받으면 각자 적용되는 법률에 따라 사업활동에 제한을 받을 수도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한화생명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번 사안이 한화시스템뿐 아니라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김연철 사장의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은 이번 사안이 법정다툼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정위 전원회의 단계에서 적극 소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하도급법 위반으로 받은 입찰참가 자격제한 제재를 놓고 공정위와 현재 법적다툼을 진행 중인데 또 다시 공정위 이슈로 법정다툼을 벌이는 일은 김 사장에게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를 장악하면서 일감 몰아주기를 포함한 경제민주화 기조에 다시 한 번 힘이 실릴 가능성이 나오는 점도 부담이다.
법원은 최근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고발된 하이트진로를 대상으로 총수일가인 박태영 부사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하이트진로 법인에 벌금 2억 원의 처벌을 내리기도 했다.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시민사회도 한화시스템을 비롯한 한화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주시하고 있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한화그룹은 한화S&C를 통해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편법승계를 하는 국내 재벌의 전형적 모습을 보였다”며 “한화S&C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2015년부터 이어진 것으로 약간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제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은 이번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적극 해명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한화S&C가 진행한 시스템통합 업무가 보안성 등을 요구하는 일감 몰아주기 ‘예외규정’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기업의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거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를 일감 몰아주기 제재 예외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화S&C가 대주주가 바뀌기 전부터 지속해서 한화그룹 IT업무를 진행했다는 점, 시장 수준에 맞는 적정가격으로 거래를 했다는 점 등도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라는 근거로 본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온 심사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전원회의에서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