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공사(ADIC)가 우리은행의 지분 일부를 조만간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부다비투자공사를 지렛대로 삼아 다른 중동 국부펀드도 우리은행 민영화에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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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아부다비투자공사와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대한 실무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부다비투자공사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국부펀드로 140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금융위는 “중동 지역의 잠재적인 투자자들과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위한 실무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투자가 확정된 것은 아니며 매각조건과 가격 등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아부다비투자공사가 우리은행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은경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30일 “과점주주 매각방식이 도입된 점을 감안하면 아부다비투자공사의 우리은행 지분 인수가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24일 기자들에게 “아부다비투자공사에 우리은행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내용의 투자계약약정서를 이르면 11월쯤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부다비투자공사는 우리은행 민영화에 과점주주 매각방식이 도입된 7월부터 지분을 사들일 후보로 꼽혔다. 아부다비투자공사도 7월 말 우리은행에 투자의향서(LOI)를 보내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과점주주 매각방식은 정부의 우리은행 보유지분 51.04% 가운데 30%를 4~10%씩 각각 쪼개 파는 것이다.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8월30일~9월3일 중동을 방문해 아부다비투자공사 관계자들과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금융위와 아부다비투자공사가 각자 전담팀을 꾸려 실무협상에 들어가면서 매각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아부다비투자공사는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통해 비교적 낮은 가격에 우리은행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는 대목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주가가 저평가됐기 때문에 싼값에 지분을 사들여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부다비투자공사 측은 정 부위원장을 만났을 때 “정부 지분이 들어간 곳은 일반적으로 5년 안에 민영화되면서 가치가 상승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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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 |
금융위도 공적자금 회수원칙을 고수하는 대신 빠른 민영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 4조7천억 원을 회수하려면 우리은행 주가가 1만3500원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은행 주가는 30일 기준으로 9390원에 머물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4일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해도 ‘업무상 배임’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그동안 투입된 원금을 반드시 다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아부다비투자공사를 ‘앵커 투자자’로 삼아 다른 중동 국부펀드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부다비투자공사를 통해 다른 중동 국부펀드까지 투자자로 모으겠다는 것이다.
정 부위원장은 중동 방문 당시 쿠웨이트투자청(KIA)과 두바이투자청(ICD) 등 다른 중동 국부펀드와도 접촉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도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