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 경영권을 사실상 승계한 뒤 현대차그룹 수익성과 건전성이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차시장 선점을 위해 중장기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대차의 수익성 확대와 재무 건전성 유지가 중요하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 기업집단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2019년 순이익을 확대한 것은 2013년 순이익 14조7250억 원을 올린 뒤 6년 만이다.
공정위는 매년 5월 전년도 실적을 바탕으로 자산규모가 5조 원이 넘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경영실적과 재무상태 등을 발표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순이익 7조9080억 원을 올린 것으로 집계돼 2018년보다 94% 늘었다.
이번 성과는 2019년 주요 대기업집단의 순이익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삼성, SK, LG, 롯데 등 5대 기업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이 늘었다.
범위를 20대 기업집단까지 넓혀도 지난해 이익 규모가 늘어난 곳은 6곳에 불과한데 현대차그룹은 20대 기업집단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순이익 성장률을 보였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 역시 안정적으로 관리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 90.8%을 보였다. 2018년 말보다 3.9%포인트 높아졌지만 20대 기업집단 가운데 5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사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은 금융회사를 제외한 비금융 계열사만 보면 부채비율이 58.3%까지 내려간다.
현대차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현대차가 그룹 전체의 이익 확대와 재무 건전성 유지의 선두에 선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는 2019년 개별기준으로 순이익 2조8천억 원을 올렸다. 2018년보다 6배 가까이 늘며 전체 순이익의 36%를 담당했다. 현대차는 2019년 말 개별기준 부채비율도 37.5%에 그친다.
2019년은 현대차그룹에
정의선 수석부회장체제가 시작된 사실상 첫 해로 평가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9월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고 2019년 3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정의선시대에 재무건전성 유지와 수익성 확대에 시동이 걸렸다고 볼 수 있는 셈인데 정 수석부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에 더욱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0년을 미래시장을 향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전동화 차량, 수소전기차,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로봇, 도심 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산업에 연간 20조 원씩 앞으로 5년 간 1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 가운데 2020년 9조1천억 원, 2021년 10조 원, 2022년 10조1천억 원, 2023년 10조5천억 원, 2024년 10조5천억 원 등 앞으로 5년 동안 모두 50조 원을 담당한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1월2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에서 열린 2019년도 현대차그룹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
현대차 성과에 그룹 전체의 투자 성패가 달려있는 셈인데 이를 위해서는 현대차가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을 지속해서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올해 들어 자동차업계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대차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는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25조3190억 원, 영업이익 8640억 원을 올렸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와 5% 늘었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차량판매 감소에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판매 호조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있다.
1분기 현대차의 SUV 판매비중은 42.9%까지 늘었다. 지난해 4분기보다 1.0%포인트, 1년 전보다 4.9%포인트 확대됐다.
현대차는 올해 남은 분기도 코로나19 여파로 판매량이 줄 것을 예상하고 신차 출시와 SUV를 앞세워 실적 하락을 최대한 방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향후 수요 감소에 따른 수익성 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효율적 재고 관리와 인센티브 운영, 신차 및 SUV 위주의 공급 확대에 힘쓰고 있다”며 “전동화, 자율주행 등 미래시장을 향한 리더십 확보를 위한 투자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도 현대차의 수익성 확대와 건전성 유지를 바탕으로 한 투자 확대에 신뢰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2016년 10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3천억 원 모집에 1조4천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회사채 발행규모를 애초 계획보다 2배 늘려 6천억 원으로 결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