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순혈주의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주력 계열사에 외부 출신을 대표이사로 영입하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외부 출신 금융지주 회장도 등장한 지 오래다.
▲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순혈주의 전통이 강한 금융권에 외부인사 영입 바람이 불고 있다. |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순혈주의 전통이 강한 금융권에 외부인사 영입 바람이 불고 있다.
은행을 비롯해 증권사, 카드사, 보험사 등 금융권 전체를 둘러싼 영업환경이 점차 악화하면서 출신을 떠나 전문성과 경험, 능력을 지닌 외부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그룹은 그동안 금융권에서 순혈주의 성향이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한 뒤 이런 관행이 빠르게 깨지고 있다.
최근 신한금융투자의 새 대표이사 사장에
이영창 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부사장이 올랐다. 외부 출신 인사가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로 영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영창 사장은 1990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25년 동안 근무한 증권 전문가다. 주식중개(브로커리지)와 운용, 투자은행과 기획 및 관리업무까지 두루 경험한 자본시장 베테랑으로 평가받는다.
신한금융그룹에서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도 외부 출신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대표이사 사장은 오렌지라이프 대표에 오른 뒤 꾸준한 실적 개선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오렌지라이프가 신한금융그룹에 편입된 뒤에도 자리를 지켰다.
성대규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2019년 2월 영입됐다.
이 밖에 김희송 신한대체자산운용 사장과 남궁훈 신한리츠운용 사장 등도 신한금융그룹 공채 출신이 아닌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들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순혈주의로 대표되는 은행의 보수적 문화를 깨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장에 오른
권광석 행장은 우리은행 현직 부행장을 제치고 행장에 올랐다.
권 행장은 과거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에 몸담긴 했으나 2018년 우리금융그룹을 떠났다. 다양한 조직을 두루 경험했다는 점에서 은행 특유의 순혈주의를 타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은행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손 회장은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순혈주의를 깨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그는 “국내 은행은 순혈주의가 문제인데 필요할 경우 외부 직원을 과감하게 채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ICT기획단을 신설하고 기획단장으로 노진호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노진호 부사장은 현재는 우리금융그룹 IT·디지털부문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우리은행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로 전상욱 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상무가 영입됐다. 이 밖에 김경우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용(우리PE) 대표와 황원철 우리은행 최고디지털책임자(CDO)도 외부 출신이다.
BNK금융그룹과 DGB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지완 회장과
김태오 회장은 둘다 외부 출신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금융지주는 지역, 학맥 등으로 얽혀있는 순혈주의가 강하다.
그러나 두 곳 모두 보수적 조직문화를 깨고 내부 개혁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처음으로 외부 출신 인사를 회장으로 영입했다.
김지완 회장은 3월 연임에도 성공해 앞으로 3년 더 BNK금융지주를 이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순혈주의가 점차 옛말이 돼가고 있다”며 “앞으로 디지털 전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외부인재 영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