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의 리더십이 한국과 일본 롯데에 굳건한 만큼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 형제의 화해를 위해 배려를 할지만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주 회장은 경영진 비리에 한국보다 훨씬 엄격한 일본에서는 재판을 통해 실형을 받은 사람은 이사에서 물러나는 것이 관례였다는 점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빈 회장은 2019년 10월 뇌물공여 및 경영비리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신동주 회장은 또 주총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소송을 통해 계속 신동빈 회장의 해임을 요구하겠다는 중장기 계획도 마련해뒀다.
사실상 주총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둔 신동주 회장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회사법 854조는 임원의 직무집행과 관련해 위법 행위 또는 중대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에서 해당 임원을 해임하는 제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주총일로부터 30일 안에 소송으로 해임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2015년 7월 이후 5차례에 걸친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대결에서 모두 승리한 만큼 신동주 회장이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긴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 구성은 광윤사 28.1%, 종업원지주사 27.8%, 임원지주회사 6.0%, 관계사 13.9%, 신동빈 회장 4.0%, 신동주 회장 1.6%, 신격호 명예회장 0.4% 등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신동주 회장이 50%+1주를 보유한 광윤사만 신동주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고 이를 제외한 모든 주주들은 신동빈 회장의 편에 섰다.
신동빈 회장이 올해 3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 올라 명실상부한 한일 롯데 ‘원톱’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도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은 별다른 반대를 하지 않았다.
신동빈 회장 역시 올해 초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경영권과 관련해 이제 완전히 문제가 없다”며 “한국에서 2011년부터 내가 회장에 취임했으며 현재는 일본과 한국 모두 내가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동주 회장은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나눠 한국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는 신동주 회장이 맡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지난해 한일 롯데를 분리해 나눠 경영하자는 내용을 담은 ‘화해 편지’를 보내고 주주제안도 하지 않는 등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신동빈 회장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다시 강공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강공은 싸움을 전면적으로 벌이겠다는 뜻보다는 신동주 회장이 현재 사실상 롯데그룹을 떠난 상황에서 아버지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타개, 신동빈 회장의 한일롯데 원톱 등극 등으로 더욱 입지가 좁아지자 신동빈 회장과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신동주 회장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신동빈 회장이 2018년 1심 재판 이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가 올해 다시 복귀했다는 점,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도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 과반의 지지를 얻어 이사 재선임에 성공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신동빈체제’를 향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지지는 굳건하다.
‘명분’에서도 신동주 회장이 우위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회장 해임과 신동주 회장 이사 선임’을 시도하다가 지난해에는 ‘신동주 회장 이사 선임’만 요구하며 신동빈 회장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올해는 반대로 ‘신동빈 회장 해임’만 안건으로 내겠다는 것만 봐도 열세를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신동주 회장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무리한 경영행위와 호텔롯데 상장 방해행위 등을 벌인 것이 알려지면서 롯데그룹 안팎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다는 점도 신동주 회장에게는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으로서도 덩치는 작지만 지분구조상 한국롯데 위에 있는 일본롯데에 신동주 회장이 복귀하도록 기회를 내줄 이유가 전혀 없다.
롯데지주는 2015년 7월 '형제의 난' 이후 시작된 기나긴 경영권 분쟁과 중국 사드보복, 일본제품 불매운동, 코로나19 사태 등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리며 그룹 전반적으로 혼란스러웠는데 또 다시 이슈를 만드려는 신동주 회장을 마뜩치 않게 보고 있다.
롯데지주는 오너일가가 가족으로서 화해를 할 수 있지만 기업의 일은 구분돼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롯데지주는 “가족으로서 화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사적인 부분과 상법 절차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의 일은 구분돼야 한다”며 “회사의 큰 결정은 특정 주주 개인의 의지에 따라 좌우될 수 없으며 이사회, 주총 등 상법상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