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4일 오후 온라인으로 열린 ‘대형항공사 금융지원 방안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공적자금 회수를 놓고 한층 무거운 책임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와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두산중공업과 대한항공에 수조 원대에 이르는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항공, 해운, 자동차 등 앞으로도 산업은행의 지원을 바라는 기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코로나19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공적자금의 투입 규모나 방법, 회수시기 등을 놓고 이 회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첫 시험대는 두산중공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두산중공업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에 무려 2조4천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두산그룹이 3조 원 이상을 확보한다는 내용의 자구안을 제출하자 이에 응답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자구안이 차질없이 이행된다면 두산중공업의 정상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두산중공업이 신재생에너지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여전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해당 사업들이 아직 초기 투자단계로 성공을 확신하기 어렵고 성공하더라도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두산중공업의 부실이 지속되면 산업은행은 지원한 자금을 그대로 날리게 될 수도 있다.
대한항공 역시 마찬가지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한항공에 1조2천억 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여기에 3천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인수하는 방안이 포함됐는데 이를 지분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두 국책은행의 지분율이 10.8%로 한진칼에 이어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정부가 아예 대한항공과 한 배를 타게 되는 셈이다. 대한항공이 앞으로 잘 되면 그 이익을 나누게 되지만 반대상황이면 그만큼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쌍용차 역시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쌍용차 채권은 1900억 원 정도다. 쌍용차가 자산매각과 비용절감 등의 내용이 담긴 자구안을 내놓으면 산업은행이 만기 연장이나 추가 대출 등의 요구를 결국 받아들이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는데 문제는 쌍용차의 자체적 생존 가능성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예전 산업은행의 ‘묻지마식 지원’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KDB생명을 놓고 ‘애초에 인수해선 안 될 회사’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실제 산업은행은 과거 여러 기업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수 조 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회수율은 높지 않다. KDB생명만 해도 1조 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지만 2천억 원 안팎에 팔릴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자금을 지원하는 데서 끝난 게 아니라 앞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회수해야 하는 책임이 더 크다”며 “이번 자금 지원으로는 코 앞의 위기를 모면하는 데 그치는 만큼 항공업 등의 체질 개선작업을 어떻게 해야할지 정부도 함께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앞으로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운영하는 역할도 맡는다.
정부는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항공, 해운, 조선, 자동차, 일반기계, 전력, 통신 등 7대 기간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기업들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경영 안정을 위해 산업은행에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이 40조 원 역시 국민 세금이다. 40조 원에 이르는 세금을 어느 기업에 얼마만큼 투입하고 어떻게 환수할지가 이 회장에게 달린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