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문국 신세계인터내셔날 국내 패션사업부문 대표가 1030세대를 집중 공략하며 ‘온라인사업 경쟁력 강화’라는 하나의 목표에 온힘을 쏟고 있다.
손 대표의 온라인 집중 공세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시장상황과 맞아떨어지며 기대한 만큼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손문국 신세계인터내셔날 국내 패션사업부문 대표.
17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코로나19에 따른 백화점 매출 급감으로 올해 1분기 패션사업부문에서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지만 온라인사업에서는 오히려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 중순까지 온라인쇼핑몰인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 전체 매출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80% 넘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에스아이빌리지는 명품 브랜드 의류도 믿고 살 수 있는 고급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차별화에 성과를 내고 있고 매출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온라인 전용 브랜드와 제품도 강화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지컷 온라인 전용 라인의 원피스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지컷 원피스 전체 매출 가운데 온라인 전용 제품 매출이 48%를 차지할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유입된 고객들을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 브랜드들의 충성고객으로 잡아두기 위해서는 사업체질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대표 브랜드인 ‘보브’와 ‘지컷’ 등이 여전히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유통되는 비중이 높다.
보브와 지컷을 들고 중국시장 문도 열심히 두드리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사업 확대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를 제쳐두더라도 국내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 약화 문제에도 직면해있다.
보브와 지컷이 모두 10년이 넘은 브랜드인 데다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10~30대 ‘MZ(밀레니얼+Z세대)’ 고객층에서 ‘핫’한 브랜드는 아니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올해 초 국내 패션부문 대표를 맡은 뒤 온라인채널인 ‘에스아이빌리지’의 성장을 최우선 목표이자 전략으로 내세웠다.
대표에 오른 뒤 모든 행보를 1030세대를 타깃으로 한 온라인사업 강화에 집중했다. 특히 10~30대 고객들을 확보해야 국내 패션사업에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봤다.
신세계백화점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유통시장의 변화를 현장에서 체험한 만큼 온라인의 중요성을 깊이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으로 일하던 시절인 2019년 4월 한국패션산업협회 CEO 조찬강연에서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신세계는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고 열에 아홉은 미비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하나의 성공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국내 패션부문은 올해 2월 자체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를 통해 새로운 온라인 전용 여성복 브랜드 ‘텐먼스’를 내놨다. 텐먼스는 판매를 시작한 지 두달 만에 목표 매출의 3배를 거둘 정도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3월 말에는 지컷 브랜드에서 중저가의 온라인 전용 라인을 선보였다. 지컷 온라인 전용 라인은 처음부터 1995년 뒤 태어난 Z세대를 목표 고객층으로 잡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5월 초 지컷 온라인 라인 제품의 2차 콜렉션을 내놓을 계획도 세워뒀다.
마케팅에서도 음원 플랫폼 ‘멜론’과 제휴하고 국내 유명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와 협업하는 등 1030세대를 겨냥하며 효율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손 대표는 성균관대학교 섬유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신세계 백화점부문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영업4팀 여성부 부장, 신세계 여성캐주얼팀 수석 등을 거쳤다.
2011년부터는 패션과 상품기획부문을 담당하며 신세계백화점의 패션부문을 이끌어왔다.
손 대표는 2016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센텀점, 김해점, 스타필드 하남점, 대구점 등의 대대적 재단장 때도 새로운 상품기획 구성을 진두지휘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라이프스타일부문은 2019년 기준 매출로는 전체의 74.2%를 차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으로 따진 비중은 19%밖에 되지 않는다. 수익 측면에서는 화장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치우친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손 대표 체제에서 ‘보브’, ‘지컷’ 등 자체 패션브랜드들의 경쟁력을 높여 로열티가 높은 해외 패션 대신 국내 패션사업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체 브랜드들을 키워야 성장 둔화를 겪고 있는 국내시장의 한계를 넘어 해외시장 진출을 통한 성장도 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9년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패션라이프스타일에 포함돼있던 국내 패션부문을 따로 떼내 신설하고 부문 대표체제를 도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