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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 출석으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신 회장은 재벌총수 가운데 처음 증인으로 출석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낳은 여러 논란을 진화하는 데 온힘을 기울였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원 리더’로서 위상을 대외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신 회장은 동시에 국민 앞에서 약속한 ‘말’의 무거움도 새로운 과제로 떠안게 됐다.
18일 재계의 말을 종합하면 신 회장이 17일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데 대해 ‘실’보다 ‘득’이 많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 회장은 여야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의에 나름 최선을 다해 답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회장은 어색한 한국어 발음이었지만 일본에서 나고 자란 때문인지 여느 재벌그룹 오너들과 다르게 공손함을 잃지 않았다. 신 회장은 의원들 앞에서 ‘습니다’ 체로 깎듯한 경어체를 사용했다.
신 회장은 그동안 재계에서도 ‘베일에 싸인 오너 경영인’으로 통했다. 신 회장이 대중 앞에서 공식적으로 입을 연 것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정점에 달했던 8월 공항에서 대국민 사과를 할 때였다.
국민들은 당시 신 회장이 우리말을 잘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롯데그룹이 일본기업이라는 논란까지 더해져 신 회장의 일본식 발음이 섞인 한국어 구사능력에도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번 국감 출석에서 오히려 신 회장의 부족한 한국어 실력은 ‘약’이 됐다.
신 회장은 의원들의 질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집중해 들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또 마이크를 두 손으로 모아 쥔 채 잘 아는 내용에 대해서 느리지만 발음에 신경쓰며 설득력을 발휘하려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신 회장은 국감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웃음기를 띄기도 했다. 초반까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으나 자신감과 여유를 되찾은 듯한 모습이었다. 물론 이는 “한일 축구경기가 열리면 어느 편을 드느냐”는 식으로 의원들이 어이없는 질문들을 한 탓도 있다.
신 회장의 증인 출석은 재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동안 재벌총수들은 국감 증인출석을 요구 받고도 해외출장 등 바쁘다는 핑계로 출석하지 않았다.
신 회장 역시 롯데그룹 사태에 대한 국민적 비난여론이 워낙 컸던 탓에 등 떠밀려 나온 것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의미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악의 위기상황에서 오너가 나서 정면으로 돌파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환기시켰기 때문이다.
정재계에서 “앞으로 국감 증인 출석을 요구받을 경우 과거와 달리 나오겠다는 재벌총수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의 이번 증인 출석은 국회 출석을 회피하는 다른 재벌총수들이 교훈을 얻을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넷포털 사이트와 SNS 등에도 신 회장의 예의바르고 공손한 모습에 인상을 받았다는 의견도 다수 올라왔다.
신 회장 입장에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이후 최대의 고비를 돌리며 한시름 놓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국감에서 밝힌 답변은 사실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대부분 원론적 수준에 그친 것이었고 대국민사과와 기자회견 등에서 이미 밝힌 내용들이었다.
새로운 내용은 신 회장의 광윤사 지분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순환출자 해소와 호텔롯데 상장계획에 대한 구체적 시한과 방식을 밝힌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신 회장이 얻은 게 더 많다고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 회장은 국감장에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더 이상의 경영권 분쟁은 없다”고 못 박았다. 또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분리경영에 대해서도 단호한 어조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를 통해 신 회장은 ‘신동빈체제의 롯데그룹’을 각인시키고 경영권 분쟁 종식을 사실상 선언하는 효과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곧 롯데그룹 계열사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신 회장 독주체제에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 핵심 계열사 롯데제과 주가는 18일 전일보다 6.35%나 급등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새 오너로서 여러 주요 사안들에 대해 약속을 내놓았다.
그는 10월 말까지 롯데그룹 순환출자 고리 80%를 끊겠다고 했으며 내년 상반기 안에 호텔롯데 상장도 완료하겠다고 했다. 이밖에도 골목상권 침해, 갑횡포 근절, 청년 일자리 제공 등 논란이 됐던 사안들에 대한 개선도 다짐했다.
신 회장은 이제 ‘말의 무게’를 지켜야 하는 엄중한 과제를 안게 됐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18일 “신 회장이 전근대적 경영문화 개선과 일자리 창출 노력, 정규직 전환, 골목상권 침해 방지,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 많은 변화를 약속했다”며 “저희는 기대하고 믿어보고 지켜보겠다는 말로 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감 증인 진술이 법적효력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겠다”며 “국회와 국민은 롯데의 향후 조치를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신 회장은 얻은 것이 많을 것 같다”며 “언어구사에 불편함이 없다는 걸 알렸고 형제의 난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변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