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가 올해 주류시장 경쟁을 버텨내기 위해 대규모 자금조달이 절실해졌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도 국내 주류시장에서 점유율 축소가 예상되고 있는데 이런 실적 악화의 흐름을 끊어내고 반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적극적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통합대표이사.
7일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21일 회사채 2200억 원 규모를 발행하기 위한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수요예측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번 회사채 발행의 대표 주관사로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 모두 5곳을 선정했다. 보통 1곳에서 2곳 정도로 꾸리던 데 비교해 이례적으로 규모가 크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이를 놓고 “공모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채권시장의 투자심리도 얼어붙다 보니 회사채 발행 성공 여부를 두고 불안감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로서는 그만큼 자금조달이 절실한 셈이다.
이에 앞서 6일 같은 그룹 계열사 롯데푸드가 회사채 700억 원 규모를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에서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참여를 포함해 목표 금액의 2배에 이르는 매수주문을 받았다. 이는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 처지에서는 긍정적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대기업 계열사가 정부 지원에 기대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만큼 롯데칠성음료가 롯데푸드와 같은 상황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롯데칠성음료가 그동안 한 해 1~2번 공모채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왔었다는 점도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정부의 도움 없이도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자금을 끌어올 능력이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번 회사채 발행에 성공해 21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2200억 원도 갚고 주류사업부문 경쟁력 확대를 위한 자금도 확보해야 하는데 이래저래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롯데칠성음료는 음료사업부문이 국내 음료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안정적으로 실적을 내고 있지만 주류사업의 지속된 부진이 회사의 전체 이익까지 깎아먹고 있다.
대표제품 ‘처음처럼’을 앞세워 잘 해오던 소주부문도 2019년 7월 일본 불매운동에 타격을 받으면서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
맥주부문은 대표제품인 ‘클라우드’와 ‘피츠수퍼클리어’가 모두 하락세를 타며 시장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맥주부문에서 비용 절감 노력과 함께 클라우드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실어 맥주사업에서 실적 개선의 불씨를 당기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클라우드는 2019년 판매량을 기준으로 맥주 소매시장 점유율이 2.1%에 그쳤다. 2017년 출시 초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극찬했다는 풍문으로 ‘신동빈맥주’라 불렸던 피츠수퍼클리어는 같은 기간 점유율이 1.5%에 불과했다.
판매량이 줄어들면 매출뿐 아니라 생산성이 악화돼 비용부담이 더욱 늘어나는 이중고를 피할 수 없다.
주류부문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점유율 확대를 통한 외형성장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광고 등 마케팅부분의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코로나19로 시장 자체가 쪼그라든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시장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2019년 기준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이 4.3%로 주저앉은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1월에는 점유율이 더욱 낮아져 3%대까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고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점유율이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