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도 코로나19 사태를 근거로 산업은행에 추가 지원방안 등을 반영한 인수조건 변경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사정이 생각했던 것보다 크게 안 좋았던 데다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경영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추가 자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으로 부채비율 900%가량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론 1386.69%까지 악화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1분기에 코로나19로 항공기 운항이 사실상 중단된 만큼 지난해보다 더 심각한 영업실적 악화가 전망되고 있으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올해 한해 농사를 모두 망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꾸린 미래에셋대우도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컨소시엄을 유지할지 불투명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부담을 느껴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얘기가 떠도는 것은 오히려 HDC현대산업개발이 채권단이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추가 지원을 얻어낼 협상력이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내줬지만 아직 중국 등 해외에서 코로나19에 따른 행정절차 지연으로 기업결합심사 결과가 나지 않고 있어 추가 지원을 얻어낼 시간적 여력도 충분하다.
HDC현대산업개발로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부담이 예상보다 크게 파악되면서 고민이 컸는데 코로나19로 인수를 포기한다는 명분도 생긴 데다 2500억 원 규모의 계약금도 반환소송으로 일정부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만큼 인수조건 변경이 없다면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
다만 산업은행도 아시아나항공과 관련해 별다른 공식적 언급을 하지 않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동걸 회장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실무진들끼리 할 얘기지 내가 HDC측을 만날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 변경이 이 회장의 결단으로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인수조건 변경 가능성에 거리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이 회장은 그동안 STX조선해양과 금호타이어, 두산중공업 등 사례에서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을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원칙을 지켜왔는데 자칫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을 HDC현대산업개발에 유리하게 바꿔주면 ‘조건 없는 지원’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지원여력이 사실상 없고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아직 잔금을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대주주의 고통분담’이라는 원칙을 들이대기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중소기업, 소상공인뿐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와 쌍용차 등 대기업·중견기업도 정부 지원을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에서 크게 양보한다면 특혜시비가 벌어질 수도 있다.
국내외에서 코로나19 여파가 수그러들 때까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작업 처리방식이 앞으로 진행될 각종 정부 지원의 잣대가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 추가 지원을 하는 명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HDC현대산업개발이 고통분담을 하는 ‘성의 표시’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며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굳이 서둘러 인수작업을 마무리할 필요가 없는 만큼 양쪽이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