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24일 비상경제회의에서 금융시장 안정화대책 등 각종 특단의 정책방안을 신속하게 검토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으로 접어들며 우리나라도 경제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전례없이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특히 코로나19로 침체된 내수를 부양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투입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국난극복위 회의에서 “재난을 겪는 국민의 생활을 돕고 시장의 수요를 진작하도록 재난지원금을 한시적으로 지급하는 문제를 정부와 협의해 며칠 안에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글로벌 경제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 요인이 발생할 것이라 보고 있다"며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의 필요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방식에는 의견이 다르지만 야당에서도 정부 재정 투입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인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국내총생산의 2%에 해당하는 약 40조 원 수준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에 투입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코로나 극복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등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지방자치단체장를 중심으로 아예 코로나19에 대응한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주장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특히 이재명 지사는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을 통해 홍 부총리를 향해 "정책에는 분명 경중과 우선순위가 있는 만큼 전 국민재난 기본소득 지급을 대통령께 신속히 건의해 달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경제도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가 22일 내놓은 경제분석기관 및 투자은행 경제전문가를 상대로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이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33%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1월 기준 18%에서 15%포인트나 높아졌다.
글로벌투자은행 JP모건은 20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코로나19 발생 전 2.3%에서 0.8%로 낮췄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19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홍 부총리 역시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인식하며 추가 경제대책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 부총리는 20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정책당국자로서 말하기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국내외 소비, 투자, 수출의 파급 영향력을 따져본다면 올해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현재 경제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소상공인, 중소기업, 한계기업과 어려움을 겪는 계층에 관한 지원 등이 추가로 필요하면 대책을 마련하고 재원 대책도 같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가 재정 확보가 필요한 대책이 더 늘어 나면 재정건전성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져 홍 부총리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정부는 2020년 슈퍼예산을 편성하면서 정부부채 규모를 2019년 740조8천억 원보다 64조7천억 원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위해 10조3천억 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12일 발표한 '2020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정부부채를 포함한 전체 국가채무는 1072조9천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9년 기준 35.9%에서 48.0%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물론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중 4번째로 부채 비율이 낮고 OECD 평균(109.2%)보다도 부채 수준이 양호하지만 각종 복지정책으로 국가부채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점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2019년에 재정을 확장한 데 이어 올해도 더 재정 확장기조를 이어간 상황에서 추경도 편성하면서 재정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 40%가 재정 건전성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돌파속도가 너무 빠르고 외환위기 직후 정도로 재정 건전성이 나빠져 있어 이후 정책 추진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홍 부총리는 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긴밀히 모니터링하며 재정 건전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관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