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의 변액보험 자산규모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증시 폭락으로 100조 원 밑으로 떨어졌다.
손해보험업계도 자동차 운행 감소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손해율이 늘어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13일 변액보험의 자산규모는 97조9188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13일 서울시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나타난 모습. <연합뉴스> |
15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변액보험 자산규모는 11일 99조9739억 원으로 집계되며 100조 원 밑으로 떨어진 뒤 12일과 13일 연이어 하락해 97조9188억 원까지 하락했다.
3일 사이에 자산규모가 2조 원이 넘게 빠진 셈이다.
변액보험은 보험계약자가 납입하는 보험료 가운데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제외한 적립보험료를 따로 분리해 주식·공채·채권 등 수익성이 높은 유가증권에 투자한 뒤 운용 실적에 따라 투자성과를 계약자에게 나누어 주는 실적 배당형 보험상품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4일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0.5%포인트 낮췄다.
미국이 금리를 낮추자 주식시장에서는 경기침체 공포를 확인하고 안전자산으로 발길을 돌리는 등 반응이 나오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미국 주식시장의 급락은 코스피 지수에도 큰 영향을 줬다.
코스피지수는 9일 85.45포인트가 빠지며 1900대로 내려온 뒤 10일 소폭 올랐다가 다시 하락세를 보이며 13일에는 1771.44포인트까지 주저앉았다.
증시 하락세로 변액보험 수익률에도 비상이 걸리면서 자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익률이 떨어지자 변액보험 계약 해지도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변액보험을 판매하는 생명보험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언제 끝날지 몰라 당분간 자산 감소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면영업이 어려워 변액보험 신계약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주식 대신 채권 비중을 늘리는 등 변액보험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주가가 상승하지 않으면 당분간 변액보험 적립금은 100조 원 이하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업계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유탄을 맞고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업계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는데 오히려 손해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손해율은 보험회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가운데 교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2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국내 4대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7.3%로 집계됐다. 2019년 2월보다 1.9%포인트 오른 수치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자동차 운행량이 주말에는 줄었지만 평일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출퇴근 때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면서 자가용 이용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병원내 감염 우려로 병원 방문이 줄어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손해보험사들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하락하기도 했다.
메르스는 2015년 5월 국내 첫 환자가 나오면서 시작돼 6월부터 3개월 동안 확산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당시 5~8월 대형 보험사들의 손해율은 0.5%포인트 떨어졌던 것으로 집계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