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주주총회 결과를 미리 엿볼 수 있는 ‘사전 예고편’이 될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의견에 시선이 몰린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들이 의결권 자문사 권고의견과 비슷한 결정을 내려왔던 만큼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사실상 의결권 자문사가 ‘핵심 키’를 쥐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27일 업계에 따르면 의결권 자문사는 한진칼 주주총회 소집공고 이후 상정된 안건을 놓고 기관투자자 및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의안 분석보고서를 작성해 발송한다.
한진칼 주주총회가 3월25일로 예정된 가운데 주총 소집공고는 3월 둘째주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에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 국내 자문사 4곳과 ISS와 글라스루이스 등 글로벌 자문사 2곳이 활동하고 있다.
의결권자문사의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이지만 기관투자자들은 자문사의 권고를 많이 참고해 주총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적으로 담당부서나 위원회 등을 마련해 각 안건을 논의하기엔 효율성이 낮은 데다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와 다른 결정을 하려면 권고내용을 반박할 근거를 제시해야하는 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의안분석 자문기관에 선정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권고 의견과 국민연금의 실제 의견 일치율은 90%가량에 이른다.
의결사 자문사의 ‘힘’은 지난해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지난해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ISS 등 의결권 자문사들이 KCGI의 주주제안을 두고 대부분 근거가 부족하다며 반대 권고를 하면서 대세가 기울었다.
KCGI의 한진칼 주주제안 자격이 문제가 되면서 실제 주총에서 표결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일찌감치 KCGI의 패배가 예견됐다.
대한항공 주주총회에는 반대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에 의결권 자문사들이 모두 연임 반대 권고를 냈고 이는
조양호 전 회장의 연임 실패로 이어졌다.
현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측이
조현아-KCGI-반도건설 연합(주주연합)에 상대적으로 승기를 잡았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의결권 자문사의 판단에 따라 판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서스틴베스트는 아직 한진칼 주총 안건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2020 정기 주주총회 시즌 프리뷰’ 보고서를 내고 주목할 기업에 한진칼을 꼽으며
조원태 회장과 이석우 한진칼 사외이사의 연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조원태 회장이 대표이사로 일하는 동안 대한항공이 국토부의 항공안전 관련 행정처분 10건에 과징금 76억 원을 받은 점과 부정입학 혐의에 따른 검찰조사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석우 사외이사는 오랫동안 한진칼 사외이사로 일한 만큼 독립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서스틴베스트가 아직 공식적으로
조원태 회장의 연임안 등에 반대의견 권고를 낸 것은 아니지만
조원태 회장측으로서는 곤란한 내용이다.
조원태 회장측과 주주연합이 내놓은 한진칼 지배구조 개편안 및 이사회 권한 확대방안 등은 대동소이한 가운데 관건은 양측이 내세우는 이사후보들을 놓고 의결권 자문사들이 보기에 얼마나 문제의 소지가 덜한 인물인지 하는 판단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현재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집하고 있는 만큼 이번 한진칼 주총 한번으로 최종 승자가 가려지지 않겠지만 이후 의결권 자문사의 지지가 많을수록 이후 이어질 경영권 분쟁에서 ‘명분’을 쥘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