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사외이사 임기제한’을 계기로 이사회 구성을 다양한 분야 인사로 다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룹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인사들이 장기간 사외이사를 맡아오던 관행에서 벗어나 이사회 다양성을 높일 필요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사외이사 4명 가운데 김영기 정병교 이사 등 2명이 3월에 임기가 끝난다.
두 사람은 모두 2011년부터 8년째 하이트진로 사외이사로 일해왔는데 이번에 상법 개정으로 사외이사 최대 임기가 6년으로 제한되는 만큼 이번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김영기 이사는 하이트진로의 전신인 하이트맥주에서 감사와 고문으로 일한 인물로 내부 임원과 사내이사 재임기간을 모두 합치면 20년 가까이 하이트진로와 인연을 맺고 있다.
하이트진로뿐 아니라 지주사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사외이사들은 한번 선임되면 7~8년, 많게는 11년 가까이 재직했다.
하이트진로홀딩스 사외이사 3명 가운데 한승구 이사는 8년째, 김명규 이사는 7년째 임기를 이어왔다. 한승구 이사의 임기는 내년 3월, 김명규 이사의 임기는 2022년 3월까지다.
이런 사외이사 장기 연임 때문에 하이트진로는 그동안 이사회 독립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민연금의 감시망에 줄곧 오르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2014년과 2016년, 2017년 하이트진로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장기 연임에 따른 독립성을 문제 삼아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게다가 교수와 법조인, 경제인 등이 섞인 다른 회사들의 사외이사 구성원과 달리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사외이사 대부분은 하이트진로 임원출신이어서 ‘회전문’ 인사에 가깝다.
하이트진로 사외이사 4명과 하이트진로홀딩스 사외이사 3명 가운데 김영기, 임재범, 윤용수, 김명규 이사 등 4명이 하이트진로 임원 출신이다.
이들은 하이트진로 상무 및 전무 등으로 일해왔기 때문에 주류업계 이해도가 높은 인사들이란 점에서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이사회의 독립성 및 감시 기능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수와 법조인 등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을 이사회에 포함하는 이유가 이사회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홀딩스에서는 ‘쏠림현상’이 짙다.
하이트진로는 이런 비판을 감안해 지난해 3월 사외이사 수를 늘리면서 삼일회계법인과 리만브라더스, 노무라금융투자 출신인 컨설턴트 유상원 이사를 선임하기도 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사외이사 임기제한에 따른 교체를 계기로 더욱 다양한 사외이사를 물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하이트진로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 등의 문제도 불거진 만큼 이번에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는 모습을 대내외에 보여줄 필요성도 더욱 커졌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2008년부터 맥주캔 구매 과정에 오너일가의 개인 회사인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어 100억 원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몰아줬다는 혐의로 시정 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이트진로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로 판단해 사실상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현재 후임 사외이사를 찾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사외이사 수나 임기 등은 아직까지 정해진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