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부터 전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노조와 합의한 사안이 아니어서 실제로 도입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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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갑한(오른쪽) 현대차 사장과 이경훈 노조위원장이 지난해 10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2014 임금과 단체협약 조인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19일 진행된 임금과 단체협상 19차 교섭에서 회사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언급하며 “청년실업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전향적 자세로 폭넓은 논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는 “임금피크제를 단체교섭에서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를 기대했다”고 대응했다.
이경훈 노조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국가의 정책부재에서 불거진 청년실업문제를 임금피크제와 직접적으로 연관짓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노사는 이날 임금피크제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부터 그룹 전체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년연장에 따른 추가적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이를 통해 청년채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각 계열사별로 노조 등 근로자 대표와 임금피크제의 적용범위나 방식에 대한 협의를 시작하려고 한다. 또 노조의 동의 없이 제도도입이 어려운 만큼 노조의 적극적 동참과 협조도 요청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이 4만8천 명에 이른다. 현대차그룹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대외적 위상도 높다.
현대차 노조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하면 다른 계열사도 별다른 잡음없이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그룹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발표한 지난 11일 열린 임단협 16차 교섭에서도 “노조가 통상임금 확대를 사회적 추세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임금피크제도 사회적 추세”라면서 임금피크제 도입 논의에 대한 운을 뗐다.
하지만 노조는 “현대차가 공기업보다 먼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경훈 노조위원장은 “노사가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는 회사의 발표는 노조가 절대 묵과할 수 없다”면서 “어떠한 형태의 임금피크제 도입이라도 현대차 지부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