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중국발 부품대란으로 난처해졌다.
박 사장은 애초 올해를 주력모델의 상품성 개선모델을 대거 쏟아내 판매를 견인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4일 기아차 노사에 따르면 기아차는 현대차와 달리 일단 8일까지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국내 공장들을 가동하기로 했다.
이미 3일부터 작업라인의 일부 거치대에 차체를 올리지 않고 빈 상태로 라인을 돌리는 ‘공바디 투입’ 방식으로 감산에 들어갔다.
하지만 기아차가 이런 방식으로 부품대란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자동차의 신경에 해당하는 핵심부품 와이어링하니스를 국내 1차 협력기업의 중국 공장에서 납품받고 있는데 중국 정부의 명령으로 공장 가동이 최소 9일까지 중단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중국 정부의 폐쇄명령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어 이렇게 되면 기아차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한우 사장에게 이런 대외적 악재는 신차 출시로 판매 개선의 속도를 더욱 올리려는 구상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나 다름없다.
박 사장은 애초 올해를 기아차 신차 출시의 ‘빅 사이클’이라고 강조해왔다.
박 사장은 2019년 12월12일 열린 ‘3세대 K5’의 출시행사에 직접 참석해 “K5는 (신차 출시의) 골든 사이클의 마침표가 아니고 기아차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시발점이 될 모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해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연 해외로드쇼(기업설명회) 자료에도 “기아차의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빅 사이클은 2020년에 오게 된다”고 명시해 놓았다.
기아차는 실제로 3월에 주력 SUV인 쏘렌토의 완전변경(풀체인지)모델 출시를 시작으로 3분기 카니발과 4분기 스포티지 등의 완전변경모델을 줄줄이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기아차를 포함해 국내 완성차업계에 불어 닥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가 이러한 박 사장의 계획에 차질을 빚게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문제가 되는 차종은 출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4세대 쏘렌토와 이제 막 판매 세 달차에 돌입한 3세대 K5다.
부품대란이 언제까지 지속되느냐에 따라 4세대 쏘렌토의 양산일정이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3세대 K5는 지난해 12월 5334대 판매된 데 이어 1월에도 7603대 팔리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었는데 2월에는 이 추세가 꺾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박 사장은 2019년 6월 K7 프리미어 출시를 시작으로 7월 셀토스, 9월 모하비, 12월 K5 등을 줄줄이 출시하며 기아차의 판매 회복을 이끌어왔다.
기아차 판매량은 2019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소폭 줄어든 상태였으나 신차 출시에 힘입어 하반기에 반등하는데 성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