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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맹희 "죽기 전 5분만이라도 이건희를 만나고 싶다"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8-18 17: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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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맹희 "죽기 전 5분만이라도 이건희를 만나고 싶다"  
▲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왼쪽)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죽기 전 5분 만이라도 건희를 만나고 싶다.”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은 이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해 2월 항소심을 취하하면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화해”라며 “돈이나 경영권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맹희 명예회장의 빈소에 삼성그룹 오너 일가는 물론이고 계열사 사장단들까지 조문행렬에 나서면서 두 그룹 사이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오전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 김신 삼성물산 사장,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이 조문을 왔다.

이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17일 저녁 빈소를 찾았다.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18일 오후 별도로 이맹희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와 최고경영진들이 이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으면서 범 삼성가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그룹과 CJ그룹은 2012년 이맹희 명예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9400억 원가량의 상속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 명예회장은 당시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몰래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이 명예회장은 1·2심 재판에서 모두 진 뒤 지난해 2월 상고를 포기했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해 1월 이건희 회장과 화해할 뜻을 담은 육성 편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 내용 가운데 일부는 이렇다.

“저 쪽 사람 같으면 내가 양보해야 (화해가) 안 이루어지겠나 하고 나는 그 쪽에서 양보를 해야 이게 화해가 되지 않겠나 하고 생각하는데... 모르겠다. 내가 결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건 자기 잘못을 먼저 나한테... 어려운 것도 아니다 머리 숙이고 다시는 이런 일 없겠다 형한테 미안하기도 했다 하면 내가 뭐 어떻게 하겠노. 자기가 잘 못했다고 그렇게 나오면 오히려 거꾸로 나도 잘 못 한 게 많다 그러지 마라 이렇게 넘어갈 수가 있는 거지...”

이 명예회장은 이건희 회장과 뒤늦게 화해를 원했으나 동생의 손을 잡아보지 못했다. 이 명예회장의 건강이 악화한 데 이어 지난해 5월 이건희 회장마저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기 때문이다.

삼성그룹과 CJ그룹은 상속재산을 둘러싼 다툼이 소강국면을 맞았으나 여전히 소원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홍라희 관장 등이 나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그동안의 앙금을 털고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맹희 "죽기 전 5분만이라도 이건희를 만나고 싶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을 조문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이재용 부회장은 장례식장에서 15분 가량 머물다 돌아갔다. 이 부회장은 큰아버지인 이 명예회장의 장례를 계기로 화해 무드가 조성된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직계가족들이 조문에 참석한 것으로 보아 두 집안 사이의 불편한 관계가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명예회장의 사망으로 삼성그룹과 CJ그룹의 비극적 관계가 주목되면서 손복남 고문의 영향력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손 고문은 이 명예회장의 부인으로 범 삼성가에서 사실상 최고 웃어른이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도 생전에 장남인 이 명예회장을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고 박대했지만 맏며느리인 손 고문만큼은 아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고문은 이 명예회장과 사이에서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등 3남매를 두었다. 손경식 CJ 회장은 손 고문의 남동생이다.

손 고문은 올해 82세의 고령이지만 CJ그룹에서 경영고문으로 이름을 올려놓을 정도로 그룹 경영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이재현 회장에 대한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도 손 고문이 도움을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명예회장이 타계하면서 선대에서 이루지 못한 '해원상생(解寃相生)'은 범 삼성가 3세들인 이재현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몫으로 남겨지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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