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는 폴리실리콘 생산원가 절감에 매달리는 한편 반도체용 폴리실리콘과 도시개발사업에서 실적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나 ‘본업’인 태양광 폴리실리콘의 부진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 이우현 OCI 대표이사 부회장.
2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폴리실리콘 가격이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태양광시황 조사기관 피브이인사이트(PVInsights)에 따르면 지난 주(13~17일) 폴리실리콘 가격은 전주보다 0.28%(0.02달러) 떨어진 킬로그램당 7.1달러로 집계됐다.
폴리실리콘 가격의 하락세는 기간을 집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중국에서 태양광 보조금을 없앤 2018년 6월부터 떨어지고만 있을 정도로 가격 하락의 골이 깊다. 당시 태양광 폴리실리콘이 킬로그램당 15달러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반 사이에 가격이 반토막난 셈이다.
OCI가 생산하는 단결정 고순도 폴리실리콘은 가격이 8.5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 추정하는 OCI의 폴리실리콘 생산원가가 10~12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손해를 보면서 만들고 있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OCI의 이런 ‘고난의 행군’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인 공급과잉이 올해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에너지시장 조사기관인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2020년 태양광 설치 수요가 최대 150GW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1GW의 태양광 발전에 일반적으로 4천 톤가량의 폴리실리콘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폴리실리콘의 수요는 최대 60만 톤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글로벌 폴리실리콘 공급량이 지난해 이미 65만 톤을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아직 중국 이스트호프의 3만 톤 증설도 남아있다. 올해도 폴리실리콘 공급과잉은 기정사실이라는 것이다.
OCI가 올해 맞이할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19일 중국 상무부가 OCI의 폴리실리콘에 매기고 있는 4.4%의 반덤핑관세를 5년 더 유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해 9월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중국 상무부 무역구제조사국에 한국산 폴리실리콘의 반덤핑관세를 종료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기 때문에 OCI로서는 내심 관세 철폐를 기대할 법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결국 무역장벽의 유지를 선택했다.
OCI는 폴리실리콘 생산물량의 80%가량을 중국에 수출하기 때문에 중국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낮게 유지된다는 점은 달갑지 않다.
OCI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태양광 폴리실리콘을 둘러싼 악재들을 자력으로 극복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OCI는 올해 반도체용 초고순도 폴리실리콘의 생산을 본격화한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가격이 2019년 기준으로 킬로그램당 44달러 수준에 이를 정도로 높다.
그러나 OCI의 전체 폴리실리콘 생산량이 연 7만9천 톤인 반면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의 생산량의 확대 목표가 2022년 5천 톤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획기적 반전 카드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OCI는 올해 생산과정의 효율화를 통해 폴리실리콘 생산원가를 12%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르면 상반기 말부터 자회사 DCRE를 통한 인천 용현학익지구 개발사업도 시작한다.
그러나 원가절감의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도 생산원가는 여전히 폴리실리콘 가격보다 높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며 도시개발사업은 아직 시공사를 선정한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적 기여도를 전망하기조차 어렵다.
OCI는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베이직케미칼부문이 2018년 3분기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했고 그 해 4분기에 전체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한 뒤 거듭해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도 OCI가 355억 원의 적자를 거뒀을 것으로 시장은 추정한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OCI가 도시개발사업뿐만 아니라 바이오사업이나 에너지저장장치사업 등 여러 신사업들에 도전하고는 있지만 이를 통해 얼마만큼의 이익을 낼지 알 수 없을뿐더러 아직 초기단계라 여러 변수들이 나타날 수 있다”며 “결국 폴리실리콘에서 반전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올해도 흑자전환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