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임기 2년차를 맞아 업계 최대 현안인 예금보험료 인하를 위해 금융당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료는 예금업무를 취급하는 금융회사가 경영부실 등으로 예금을 상환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 예금자의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 예금보험공사에 적립해두는 돈이다. 예금자보호법 제30조에 따라 해마다 예금 등의 잔액에 보험료율을 곱한 금액을 예금보험공사에 내고 있다.
박 회장은 2019년 1월 저축은행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저축은행중앙회장에 오른 직후부터 예금보험료 인하를 중점과제로 삼아 금융당국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저축은행중앙회의 최우선 과제는 저축은행의 지속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형평에 맞지 않거나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도록 금융당국에 건의해 지속성장을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제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신년사에서 든 ‘형평에 맞지 않는 규제’란 다른 금융권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된 저축은행 업계의 예금보험료율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업계는 2011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대출사태 등으로 다른 금융권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 예금보험료율은 0.4%로 은행(0.08%), 보험(0.15%)보다 높다.
예금규모가 은행보다 적지만 예금보험료율은 5배 높다. 2018년 저축은행업계는 예금보험료로 1871억 원을 냈다.
은행보다 높은 예금보험료율 때문에 중소·영세 저축은행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방 중소저축은행은 예보료 때문에 2018년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예금보험료 인하의 근거로 저축은행 건전성지표 개선을 들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2019년 9월 말 총여신 연체율은 4.2%로 2018년 말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2018년 3분기보다는 0.4%포인트 내렸다.
2019년 9월 말 기준 고정이하 여신(NPL)비율은 5.1%로 2018년 말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2018년 9월보다는 0.1%포인트 하락했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낮을수록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판단한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5.08%로 2018년 말보다 0.75%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의 자기자본비율 15.4%와 비교해도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이 예금보험료를 낮추도록 금융당국을 설득하기까지 쉽지 않아 보인다.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예금보험료 인하를 두고 부정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 사장은 2019년 12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저축은행업권은 추가적 부실이 발생할 것에 대비 적립돼 있는 기금이 없다”며 “저축은행들이 내고 있는 예금보험료는 과거 부실을 털어내는 데 쓰이고 있어 은행과 보험사들이 저축은행을 돕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부동산 파이낸싱 부실로 파산한 저축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 27조1701억 원 가운데 14조7569억 원을 아직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일률적 예금보험료를 낮추기보다는 저축은행 경영상태에 따라 예금보험료를 달리 부과하는 차등예보료 등급을 세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부터 저축은행을 5개 등급으로 나눠 건전성이 좋은 회사에는 10% 보험료 할인을, 건전성이 미흡한 회사에는 10% 할증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예금보험료 인하는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예금보험료 인하 문제뿐 아니라 다른 규제를 완화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는 개인 상대의 중금리 신용대출을 늘리기 위해 영업구역 제한을 폐지도 요구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전체 대출 가운데 각 영업구역 안에서 내준 개인·중소기업대출 비중을 40~5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