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그룹 최초로 30대 임원에 오른 윤성대 이랜드파크 대표이사와 김완식 이랜드이츠 대표이사는 지난해부터 젊어지고 있는 이랜드그룹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윤 대표와 김 대표는 1980년대에 태어난 30대 CEO로 지난해 각각 이랜드파크와 이랜드이츠 대표이사에 오르면 파격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그룹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그 상징성이 더욱 뚜렷해졌다.
지난해 1월 만 40세에 상무로 승진한 최운식 이랜드월드 대표이사도 이랜드그룹의 대표적 ‘젊은 피’로 꼽힌다.
이랜드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이랜드파크, 이랜드이츠, 이랜드월드에 각각 젊은 CEO들이 포진한 것이다.
박 회장이 이랜드를 창업했던 초기부터 30여 년 동안 이랜드그룹에서 일해온 ‘창업공신’인 최종양 이랜드월드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일규 이랜드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겸 이랜드월드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각각 그룹 총괄 및 제주애월복합단지 설립 등을 맡는다.
최 부회장과 김 부회장은 이랜드그룹의 중국 진출 초기부터 중국에 직접 건너가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이랜드그룹의 중국진출 기반을 닦았던 대표적 인물들이다.
이번 세대교체 흐름은 이랜드그룹이 중국 사업을 확장하던 과정에서 중국시장의 소비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에 처했다는 박 회장의 판단이 주요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랜드그룹이 1994년 처음 진출한 뒤 매년 가파른 매출 증가세를 보이며 그룹의 핵심시장으로 떠오른 곳이다.
중국 매출은 1997년 25억 원에 불과했으나 2011년 1조5500억 원, 2015년 2조6500억 원으로 급격하게 불었다.
이랜드그룹은 자신감을 얻고 2010년에는 2016년 중국 매출 10조 원을 거두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중국에서 패션, 외식, 유통으로 사업을 끊임없이 확장했다.
하지만 사업 확장속도보다 매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면서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차입금 상환압박이 커지면서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사업이 주춤했던 주된 이유로는 중국인들의 바뀐 소비 트렌드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던 점이 꼽힌다.
최근 중국 소비자들은 한국보다도 더욱 빠르게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의 생활을 누리면서 백화점 등 전통적 오프라인매장보다 온라인쇼핑몰, 복합쇼핑몰 등을 찾고 있다.
결국 이랜드그룹은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알짜 브랜드 매각 및 주요 점포 정리를 실시하는 등 내실경영으로 경영전략을 돌렸고 그 기간에 중국 매출은 제자리걸음하는 데 그쳤다.
박 회장은 지난해 초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상당부문 마무리되자 박성경 부회장 등과 함께 공식적으로 경영에서 손 떼고 전문경영인 중심의 계열사 독립경영을 선언한 뒤 변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운식·윤성대·김완식 대표 등 ‘젊은 피’를 경영 전면에 내세운 것 역시 중국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다는 박 회장의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를 불문하고 트렌드 변화가 심한 패션, 유통, 외식 분야에서 젊은 감각으로 민첩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랜드그룹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뒤 핵심 브랜드와 오랜 영업으로 다져온 네트워크, 젊은 인재들을 앞세워 그룹 재도약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2016년 6월 중국에서 O2O(온오프라인)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변화를 꾀했으며 2017년부터는 중국 전역에서 비효율 매장을 정리했다. 알리바바 등 중국 이커머스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온라인 공략에도 공을 들이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할인행사인 광군제에서 이랜드는 한국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3년 하루 매출 50억 원에서 2017년 767억 원, 2018년 723억 원, 2019년 500억 원으로 10배 이상 불었다.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에 주요 주주로 참여하기로 한 이유 역시 최근 온·오프라인 유통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제자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박 회장이 이화여대 앞에서 작은 옷가게로 이랜드그룹을 창업한 지 40년이 되는 해”라며 “이번 인사는 박 회장이 미래 40년을 위해선 기존에 해오던 대로는 안 된다는 신호를 그룹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