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9-12-09 15: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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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울산공장의 와이파이(초고속 무선인터넷) 접속을 제한하기로 한 조치를 놓고 조합원 사이에서 의견이 갈린다.
현대차가 노조와 협의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런 조치를 한 데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과 노동자들로서 지킬 것은 지키고 합리적으로 요구하자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조립라인. <연합뉴스>
9일부터 시행된 현대차 울산공장의 근무시간외 와이파이 접속 제한조치를 놓고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회사의 독단적 조치를 가장 큰 문제로 봤다.
카카오톡에 개설된 현대차 생산직 오픈채팅방에서 한 조합원은 “이번 와이파이 접속 제한조치는 단순한 와이파이의 문제가 아니다”며 “이 조치 하나를 노조가 받아들인다면 점점 회사의 발언권이 세져 다른 복지들도 걸고 넘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이날 오후 1시에 긴급 운영위원회 비상간담회를 소집해 와이파이 접속 제한조치에 반발하며 이번주 특근을 전면 거부하기로 한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현대차 노조는 울산 공장 전공장 특근 거부 결정 소식을 알리며 “한발 두발 물러서며 양보한다면 32년 동안 투쟁으로 지켜온 현장이 지옥같은 공장으로 변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 점에서 노조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다른 조합원도 오픈채팅방을 통해 “회사의 주장대로 몇몇 작업자들이 근무시간에 도를 넘을 정도로 와이파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노조 집행부가 바뀌자마자 현장 탄압의 목적으로 간보기하듯 노조와 합의를 파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모든 조합원들이 집행부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 생산직 직원으로서 현재 모습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온다.
노조의 특근 거부 결정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한 조합원은 “와이파이 접속을 근무시간에 제한하겠다는 것을 놓고 특근까지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심하다고 생각한다”며 “노조와 합의한 사항을 어긴 것은 분명히 사측의 문제이지만 이를 놓고 일까지 안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작업현장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촉탁직 노동자는 “솔직히 현장에서 보면 15초 작업하고 45초 동안 와이파이를 통해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등을 켜놓고 작업하는 이들이 대다수”라며 “숙련도가 아무리 높더라도 일과 상관없는 행동을 하면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노조 조합원은 “업무시간은 업무를 하라고 있는 시간인데 많은 직원들이 다른 일을 하면서 회사에 무엇인가를 요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지킬 것은 지키고 노조의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라고도 말했다.
와이파이 접속 제한조치를 계기로 삼아 사측 관계자들이 공장 입구에서 매번 안전화를 신어달라고 요구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이를 무시하고 지나치는 등 기본이 잘 안지켜지고 있다는 점 등을 조합원들 스스로 돌이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들도 나온다.
현대차가 갑작스럽게 울산공장의 와이파이 접속을 제한하기로 한 것은 과거 아산 공장에서 불거졌던 노동자들의 업무 태만과 이에 따른 품질불량 문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4월에 현대차 아산공장의 근무실태와 관련해 △작업자들이 현장에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착용하고 아래로 스마트폰 동영상을 바라보며 자동차를 조립하는 모습 △아산공장 내부는 금연구역이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조립라인에서도 흡연하는 모습 등이 전해졌다.
현대차가 6일 울산공장에 내려보낸 와이파이 접속 제한조치 공문에도 ‘와이파이를 활용한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작업자의 안전문제 해소’가 포함돼 있지만 ‘품질불량 문제 해소’를 위한 것이라고도 명시돼 있다.
현대차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미 보안상의 이유로 연구개발조직인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의 와이파이는 전부 차단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오후 1시에 긴급 운영위원회 비상간담회를 소집해 이번주 주말 특근을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회사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18일 확대운영위원회를 소집해 투쟁강도를 높이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