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세가 한 달 만에 멈췄다.
끝날 듯 끝나지 않던 ‘팔자’ 행진은 끝났지만 증시를 향한 불안감은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 6일 코스피에서 외국인투자자가 427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21거래일 연속 이어온 매도세에 마침표를 찍었다. |
한 달 사이 외국인투자자가 팔아치운 주식 규모만 5조 원을 넘으면서 증시의 기초체력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6일 코스피에서 외국인투자자가 427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21거래일 연속 이어온 매도세에 마침표를 찍었다. 21거래일 연속 순매도는 2015년 말 세운 22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최장기간이다.
외국인투자자의 매도세가 장기간 이어진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수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증시에 영향을 미친 탓이다.
단기적으로는 11월 말 있었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신흥국(EM)지수 재조정이 꼽힌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은 신흥국지수에 중국 A주 비중을 확대하고 그 폭만큼 한국 증시의 비중을 줄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올해 초와 비교해 많이 오른 만큼 외국인투자자들이 연말을 맞아 차익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올해 1월 초와 비교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모두 각각 30% 이상 올랐다.
일단 외국인투자자 매도세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최근 외국인투자자들이 프로그램매매에서 순매수세를 보이는 등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며 “앞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의 순매도세는 잦아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외국인투자자의 꾸준한 자금이탈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미중 무역협상 등은 글로벌 증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유독 우리나라 증시에서만 외국인투자자의 자금이탈이 눈에 띄었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우리와 가장 비슷하다고 평가받는 대만 증시에서는 외국인투자자의 자금이탈 흐름이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한국 증시의 기초체력이 떨어지면서 매력이 낮아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동반 하락할 때는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오를 땐 ‘찔끔’ 오르는 등 대외변수에 특히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내 증시를 향한 외국인투자자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들어서만 3월 말 코스피지수가 역대 최장 기간 상승행진을 이어가며 2200선을 웃돈 데 이어 8월 초에는 장중 1900선이 무너지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내년 경제 전망도 장밋빛이 아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최근 발표한 ‘2020 산업전망 및 산업위험 평가결과’에 따르면 평가대상인 40개 산업 가운데 2020년 산업환경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 업종은 하나도 없었다. ‘중립’인 업종이 23개, ‘불리’한 업종이 17개로 나타났다.
또 2019년 대비 상대적 업황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업종이 32개, ‘저하’될 것으로 보이는 업종은 8개로 예상됐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업종은 없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