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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홍원 국무총리가 2013년 11월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신형 제네시스’ 출시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를 따로 만들까?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올 연말 출시하는 3세대 에쿠스를 대형 제네시스로 대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기반의 대형 세단을 출시해 제네시스라는 고급 브랜드를 따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현재 제네시스에 현대차의 ‘H' 엠블럼이 아닌 날개 모양의 전용 엠블럼을 사용하고 있고 스포츠카에 제네시스 이름을 붙여 제네시스 쿠페를 판매하고 있는 점도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현대차는 또 제네시스를 기반으로 한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의 대형 SUV 베라크루즈가 오는 9월 단종되는 만큼 SUV 라인업을 보완할 다른 대형 SUV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라는 고급 브랜드를 만들 경우 기존 제네시스와 에쿠스급의 대형 제네시스, 제네시스 쿠페와 제네시스 기반의 SUV가 제네시스 브랜드로 묶여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정몽구 회장이 별도의 고급 브랜드 출시를 검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대차가 2009년 북미에서 제네시스를 출시했을 때도 고급 브랜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차는 2011년 고급 브랜드를 도입하기 위해 사전 시장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일본의 자동차회사들은 고급 브랜드를 따로 만들어 고급차와 대중차를 구분해 내놓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재 토요타는 렉서스, 닛산은 인피니티, 혼다는 어큐라를 출시하고 있다. 이들은 고급 브랜드를 통해 북미시장에서 중저가 이미지를 벗는 데 성공했다.
폴크스바겐도 람보르기니, 포르쉐, 벤틀리, 아우디 등을 거느리고 있고 GM은 캐딜락, 포드는 링컨을 내세워 대중차와 고급차를 세분화해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와 에쿠스가 다른 엠블럼을 달고 나오긴 하지만 여전히 현대차로 묶여있다. 이 때문에 다른 고급차 브랜드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 회장은 검토 끝에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는 것보다 기존 현대차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 고급 브랜드를 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현대차가 내수와 해외시장 모두에서 판매정체를 맞고 있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이 다시 고급 브랜드 출시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가 처해 있는 영업환경도 고급 브랜드 출시의 필요성을 높인다. 현대차는 현재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현지 자동차회사의 저가공세에 대응하고 북미와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고급 브랜드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자동차시장에서 소비의 흐름도 양극화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경차와 소형차는 신차 출시와 무관하게 꾸준히 판매량이 증가하고, 대형 고급차의 성장률도 두드러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고급 브랜드로 따로 떼어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는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통해 북미시장에서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1세대 제네시스와 2세대 제네시스는 국내와 북미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제네시스는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의 품질을 보여주기 위해 힘을 쏟은 대표적 차량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2013년 말 2세대 제네시스를 출시하며 “유럽에서 유럽 명차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차”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세대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올해 들어 5월까지 1만1600여 대가 팔려 중형 고급차시장에서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