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일본에 대형 화물기를 띄우며 한국과 일본 갈등 악재에도 수요 확대를 대비한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0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일본 화물 수요에 대비해 11월 말부터 일본 기타큐슈에 대형화물기를 정기 취항한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국내 관광객들의 일본여행 자제 영향으로 일본으로 가는 항공여객이 감소하자 대형화물기를 취항해 수익을 방어하고 앞으로 변화될 경제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파악된다.
대한항공 이번에 운항하는 화물기 노선은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기타큐슈로 향한 뒤 다시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구성돼 있다.
대한항공은 24시간 운영하는 공항인 기타큐슈공항의 특성을 살려 오전에 운항하면서 반도체와 자동차부품을 운송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정기노선에 투입되는 화물기는 대형 화물전용기 보잉 B747-8F로 중량 있는 화물이나 특수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본의 한국을 향한 수출규제는 반도체 소재와 관련한 것으로 반도체 완성품의 수출관련 화물운송과는 결을 달리한다”며 “일본을 경유하는 노선을 운영하면서 추가적 수요 확대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국내 기업의 반도체 수출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일본을 거쳐 가는 화물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반도체 수입량, 글로벌 반도체 및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과 관련된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다”며 “2020년에는 항공 화물운송업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연말은 화물분야의 성수기일 뿐만 아니라 반도체 수출이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대한항공이 이에 잘 대응하면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일본 노선 대응전략과 화물 성수기 효과를 감안해 대한항공이 2019년 4분기에 영업이익 713억 원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8년 같은 기간보다 71.8% 늘어나는 수치다.
대한항공도 이런 분석과 궤를 같이 하며 일본에 화물기를 증편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9월에도 오사카로 향하는 화물기를 기존 주3회에서 5회로 증편했다. 추가적으로 투입되는 화물기 기종은 대한항공 주력 화물기인 보잉B777F이다.
오사카는 도쿄에 이어 제2의 화물시장으로 불리는 곳으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화물도 있지만 미국, 유럽, 중국에서 한국을 경유해 일본으로 향하는 화물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항공이 이처럼 일본에 화물기를 증편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일본여행 수요가 감소하면서 여객노선을 줄여야 했고 여객기에 함께 싣게 되는 화물량도 덩달아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은 일본여행 자제운동이 확산되자 9월 부산~오사카 여객노선의 운항을 중단했고 11월에는 제주~나리타 노선과 제주~오사카 노선도 운항을 중단했다.
인천에서 오사카를 잇는 노선과 후쿠오카를 연결하는 노선도 줄여서 운항하고 있으며 인천과 오키나와를 오가는 노선, 부산과 나리타를 잇는 노선도 감편해서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본여행 수요 감소로 일본으로 가는 항공기를 소형항공기로 대체하면서 대형화물기를 투입해 화물물량을 만회할 필요가 있었다”며 “장기적으로 늘어날 일본 화물 수요에 대비하고 나아가 제3국 사이 화물시장도 적극 공략해 항공업의 불황을 헤쳐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