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이 오너 리스크를 맞았던 그룹의 안정을 꾀하는 ‘관리자’ 역할에서 벗어나 다시 롯데그룹의 미래를 그리는 ‘전략가’ 역할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17일 롯데그룹 안팎의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재판 리스크를 모두 털어내고 본격적으로 경영활동에 매진할 채비를 하는 상황에서 롯데그룹의 2인자인 황 부회장의 역할에도 다시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황 부회장은 롯데그룹에 사원으로 입사해 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호텔롯데 기획조정실과 롯데쇼핑 정책본부, 롯데그룹 경영혁신실 등 그룹 컨트롤타워 조직에서만 24년여를 일한 전략가다.
황 부회장은 주로 롯데그룹의 해외 진출, 인수합병(M&A) 등 롯데의 ‘미래’를 그리는 역할을 맡아 굵직한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롯데그룹이 롯데홈쇼핑, 롯데주류, 하이마트와 KT렌탈,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 및 삼성정밀화학 등 굵직한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었던 데에는 황 부회장의 공로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신 회장이 구속 및 재판 등으로 총수 공백사태가 벌어지자 ‘롯데그룹 2인자’로서 롯데그룹의 비상경영체제를 꾸리고 위원장을 맡아 그룹 안정화를 꾀했다.
재판으로 바쁜 신 회장을 대신해 공식석상에 롯데그룹을 대표해 얼굴을 비추는 그룹 2인자로서 역할을 하며 안팎으로 신 회장과 롯데그룹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공을 들였다.
‘오너 리스크’가 불거진 그룹의 관리자 역할에 충실하며 롯데그룹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지주사체제로 안착하는데 톡톡히 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신 회장이 지난해 경영에 복귀한 데 이어 올해 재판까지 모두 마치고 본격적으로 경영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시 황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미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호텔롯데 상장 등을 통한 롯데지주체제의 완성과 계열사들의 글로벌 진출, 부진한 유통업의 반등전략, 화학부문의 중장기 성장전략 등 그룹 차원에서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더미인 만큼 황 부회장의 본실력을 발휘할 적기이기도 하다.
신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2주 뒤 황 부회장은 10월30일 연 롯데 경영간담회에서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황 부회장의 입지가 신 회장체제 아래에서 여전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는 장면이다.
황 부회장은 “투자의 적절성을 철저히 분석해 집행하고 예산관리를 강화해 달라”면서도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장밋빛 계획이나 보수적 계획 수립에서 벗어나 명확하고 도전적 목표를 세우고 이를 반드시 달성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룹 임직원들에게 ‘도전’과 ‘안정’ 사이에서 균형 잡힌 경영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대내외 영업환경이 악화된 상태이지만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한다는 도전의식을 버려선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