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회사 KCC글라스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회사분할 이후 계열분리를 위한 형제 사이 지분정리 과정에서 각자의 자금부담을 상대적으로 공평하게 나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KCC는 2020년 1월1일을 기점으로 인적분할 방식을 통해 기존회사 KCC와 신설회사 KCC글라스로 나뉜다.
이를 놓고 장남 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과 차남 정몽익 사장이 계열사 지분을 나눠 독자경영에 나서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KCC 지분은 6월 말 기준으로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장남 정 회장이 18.4%, 차남 정 사장이 8.8%, 삼남 정몽열 KCC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5.3%를 각각 들고 있다.
KCC 기업분할 이후 3형제가 지분교환 등을 통해 각자 맡게 될 회사의 보유지분을 늘려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업계에서 우세하다.
지분정리가 끝나면 장남 정 회장이 KCC를, 차남 정 사장이 KCC글라스를, 삼남 정몽열 사장이 KCC건설을 각각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존회사 KCC와 신설회사 KCC글라스는 0.84대 0.16 비율로 분할된다. KCC 시가총액 2조3천억 원(18일 기준)을 이 분할비율대로 단순히 나누면 분할 직후 기존회사 KCC와 신설회사 KCC글라스의 시가총액은 각각 1조9300억 원, 3700억 원으로 계산된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이 큰 KCC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장남 정 회장의 자금부담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남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 회장이 기업분할 뒤 보유할 신설회사 KCC글라스 지분 18.4%를 이용해 동생들이 지닌 KCC 지분 14%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2천억 원대의 현금이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며 “KCC글라스 지분 가치가 높아진다면 정 회장이 KCC 지배력 확대를 위해 질 자금부담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남 정 사장이 KCC글라스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질 부담은 기존보다 높아지겠지만 KCC그룹 차원에서 공평성을 확보하는 데는 더욱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유리, 상재, 케이홈씨씨 등 수익성 좋은 사업부가 기업분할 이후 신설회사 KCC글라스에 넘어가는 점도 KCC글라스 기업가치 상승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사장은 기업분할 이후 유리사업 중심의 확고한 사업목표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KCC가 보유하던 관계기업 코리아오토글라스(KAC) 지분 19.9% 전량이 신설회사 KCC글라스에 넘어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자동차용 안전유리를 생산하는 코리아오토글라스는 그동안 정 사장이 KCC에서 계열분리해 독자경영을 할 회사로 꼽혀 왔다. 정 사장은 코리아오토글라스 지분 2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기업분할 이후 기존회사 KCC는 건자재 및 실리콘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KCC는 최근 신설회사 KCC글라스를 위해 1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공시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범현대가의 과거 형제간 경영승계 과정에서 계열분리가 여러차례 이뤄졌던 것을 보면 KCC도 계열분리를 위한 지배구조 정리에 나섰다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