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9-10-0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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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그룹 오너3세인 주지홍 사조산업 상무가 사조그룹 경영권 승계 ‘편법의혹’과 공정거래위원회 규제의 칼날 앞에 서 있다.
주 상무의 그룹 승계 지렛대인 사조시스템즈가 공정위의 규제 아래 덩치를 더 이상 불리기 어려워진 만큼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사조산업과 합병해 주 상무의 그룹 지배력을 키울 가능성이 떠오른다.
▲ 주지홍 사조산업 상무.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 상무는 사조그룹 지배구조상 최정점에 있는 사조시스템즈의 지분 39.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사조그룹 지배구조는 복잡한 순환출자 및 상호출자 구조로 얽혀있는데 그룹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사조산업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오너일가가 개인회사인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사조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옥상옥’ 구조다.
사조산업 주요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사조시스템즈가 지분 26.1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주진우 회장이 14.94%, 주지홍 상무가 6.0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주진우 회장이 여전히 경영일선에서 활발하고 일하고 있지만 오너3세인 주지홍 상무가 사실상 지분 승계를 거의 마친 셈이다.
주 상무는 사조그룹의 창업주인 주인용 전 회장의 손자이자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주 상무는 2006년부터 경영수업을 받아왔으며 2016년 사조해표 사내이사에 오른 뒤 현재 사조산업, 사조대림 등 지배구조상 뼈대에 위치한 계열사에서 각각 상무로 일하고 있다.
다만 사조시스템즈 지분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상속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는 점과 사조시스템즈의 빠른 성장세 뒤에 계열사들의 ‘밀어주기’가 있다는 편법승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주지홍 상무는 2015년 사조시스템즈 지분 53.3%를 상속받는 과정에서 상속세로 사조시스템즈 지분 일부를 상속세로 물납했다.
기획재정부는 사조시스템즈 지분을 공매를 통해 매각하려했지만 비상장사인 사조시스템즈 지분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유찰이 반복됐다.
이에 사조시스템즈가 자사주 형태로 이 주식을 다시 사들였다. 결과적으로 오너일가의 지배력에는 아무런 영향없이 회사자금으로 지분 승계를 마친 셈이었다.
주지홍 상무가 사조시스템즈 최대주주에 오른 뒤 사조시스템즈가 계열사와 내부거래로 매출이 급증한 점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받고 있다.
사조시스템즈의 내부거래액은 주 상무가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되기 직전이던 2014년 70억 원 수준에서 2016년 237억 원, 2017년 260억 원으로 3배 이상 커졌다.
이에 따라 매출도 2014년 126억 원에서 2016년 318억 원, 2017년 345억 원으로 불었다. 사실상 매출 70% 이상을 계열사의 일감에서 내고 있는 구조다.
그룹 계열사의 도움으로 사조시스템즈를 키워 계열사 지분을 확보해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더욱 굳건히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5조 원 미만 중견기업을 대상으로도 부당내부거래 금지규제를 엄격하게 들이대기로 하면서 이런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사조시스템즈는 지난해 내부거래액 규모를 107억 원으로 절반 이상 줄였는데 덩달아 매출도 173억 원으로 반토막이 됐다.
또 공정위가 순환출자 해소를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주지홍 상무가 충분한 지분을 들고 있는 사조시스템즈와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사조산업을 합병해 지배회사 구조를 꾸릴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옥상옥’ 구조를 벗고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 및 일감 몰아주기 등 관련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지주사 전환은 당장 순환출자 및 상호출자 고리를 끊어낼 자금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은 쉽지 않아보인다.
주지홍 상무가 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사조시스템즈 지분보다 사조산업 지분을 늘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주지홍 상무는 2015년 1월 사조산업 지분 1.87%를 처음 사들인 뒤 매년 꾸준히 사들여 올해 9월 기준으로 지분 6.03%까지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조시스템즈가 공정위의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더 이상 덩치를 불리기 어려운 만큼 사조산업과 합병을 통해 주력 계열사 지배력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사조시스템즈의 현금여력이 크지 않은 만큼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사조산업의 자금력을 활용할 유인도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