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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르겐 비 크누스토르프 레고 CEO. |
세계 수많은 어른들은 어릴 적 레고와 얽힌 추억을 하나쯤은 안고 있다.
덴마크 장난감회사 레고그룹은 올해로 83년 역사의 장수기업이다. 세월은 흘러도 레고는 키덜트 열풍을 이끌며 대표주자로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레고는 세계 장난감회사 1위인 바비인형 제조회사 ‘마텔’의 아성에도 도전하고 있다.
마텔이 추락을 거듭하는 데도 레고의 인기는 높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 레고, 장난감 불황에도 ‘나홀로’ 성장
레고가 세계 1위 장난감 회사 자리를 놓고 마텔과 겨루고 있다.
레고는 지난해 세계 140여 국가에 팔리면서 매출이 전년보다 16%나 늘어났다. 지난해 생산한 플라스틱 부품이 600억 개에 이르렀다.
레고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 기준으로 마텔을 따라잡기도 했다.
레고는 지난해 순이익은 10억7천만 달러를 기록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15% 늘었다. 반면 마텔의 순이익은 4억9890만 달러에 그쳤는데 이는 전년보다 45%가 줄었다.
마텔은 6분기 연속으로 매출이 줄고 있다. 마텔은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 줄어든 9억2270만 달러에 그쳤다.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바비인형 매출이 14%나 추락했기 때문이다.
마텔은 바비인형의 판매부진 탓에 이달 초 브라이언 스톡턴 CEO를 해임했다. 그러나 최근 스톡턴 CEO를 지난해보다 30%나 많은 연봉을 주고 고문으로 불러들여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전통적 장난감회사들은 선진국의 고령화 추세에 디지털게임회사들과 경쟁까지 가세하면서 정체상황을 맞고 있다.
그러나 레고는 나홀로 성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레고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 사이에서 매니아층이 두텁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레고를 혼자 취미로만 조립하는 데 나아가 동호회 등을 통해 조립 노하우와 제품정보를 공유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레고 한정판을 온라인 중고커뮤니티에서 수백만 원대에 되팔아 수익을 챙긴다는 ‘레테크’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레고 조립을 그만두지 않는 이유로 ‘중독성’이 크다는 점을 꼽는다.
조그만 2cm×4cm 크기의 레고 블록 6개로 만들 수 있는 조합은 무려 9억1500만여 가지에 이른다.
레고 동호회의 한 대표는 “레고는 완성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분해해 다른 형태로 재창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이 때문에 동호회에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레고는 국내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레고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0억여 원으로 전년보다 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1558억 원으로 전년보다 7% 늘었다.
◆ 레고 열풍이 식지 않는 이유
레고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 명문대인 케임브리지 대학은 오는 10월부터 ‘레고 교수’직을 두기로 했다.
레고 교수는 놀이를 통한 교육을 추구하는 연구센터를 이끌게 된다. 이를 위해 레고재단은 연구센터를 3년 이상 운영할 수 있는 금액인 150만 파운드를 기부했다.
레고가 운영하는 테마파크인 ‘레고랜드’는 세계 곳곳에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레고랜드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5개국 6개 도시에서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도 춘천에 세계 최대규모의 레고랜드를 짓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레고는 ‘잘 노는 방법이 무엇일까’라는 한 가지에 집중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온갖 새로운 장난감과 디지털게임이 나오고 유행을 탔지만 레고는 레고블록 하나에만 집중했다. 레고라는 회사이름도 ‘잘 놀다(leg godt)’라는 덴마크 단어에서 나왔을 정도로 놀이라는 기본에 충실했다.
레고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놀이는 ‘도전’이며 무엇을 해냈다는 ‘자부심’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레고는 디지털시대에도 한 눈 팔지 않고 원래 제품에 난이도를 올려 단계별 제품을 출시했다. 어른들 대상으로 치밀한 설계로 땀을 쏙 빼야 하는 ‘테크닉’ 제품도 출시해 성공을 거두었다.
레고는 최근 지속성장을 위해 50여년 만에 ‘레고=플라스틱’이라는 공식도 깨뜨리기로 했다.
레고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친환경정책에 따라 앞으로 15년 동안 10억 달러를 투자해 친환경재료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레고는 올해 안에 덴마크에 친환경 소재개발을 위한 연구센터를 짓고 100여 명의 연구인력을 충원하기로 했다.
이는 레고와 같은 플라스틱 제품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여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레고그룹 오너인 켈드 키르크 크리스티안센 회장은 “이번 투자는 미래 세대가 물려받을 지구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기 위해 우리가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레고는 앞으로 신흥시장인 아시아시장을 공략하고 여자아이들을 위한 제품개발에 힘쓰기로 했다.
레고는 지난 4월 중국에 첫번째 공장을 세우고 올해 생산을 시작하기로 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매출이 50% 이상 늘어난 데 따른 대응이다.
레고는 또 여자아이들을 위한 신규 테마제품인 ‘레고 엘프’를 출시하기로 했다. 요르겐 비 크누스토르프 레고 CEO는 “과거와 달리 여자아이들의 수요가 매우 높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특히 여자아이들을 위한 제품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레고는 덴마크 목수 켈드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이 1932년 창업했다. 레고는 나무 장난감 제조회사로 출발했지만 1942년 공장에 큰 화재가 난 뒤 1947년 영국으로부터 플라스틱 기계를 들여와 플라스틱 완구를 생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