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체계도 바뀐다. 기존의 상대평가 방식의 인사고과제도를 없애고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제도 개편안을 놓고 최근 블라인드에 글을 올려 “이번 인사제도의 핵심은 경력직 채용 때 대상자가 부르는 연봉을 맞춰 줄 수 있게끔 하는 것”이라며 “채용하려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 싶으면 이들에게 억대 연봉을 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력직 상시채용 확대와 직급체계, 보상체계 개편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이 직원은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미래에너지 등 세계적으로 인재 선점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미래 먹거리 분야와 관련한 직원들에게는 연봉테이블과 관계없이 파격적 대우를 할 수 있게 된다”며 “미래 먹거리를 위해 아낌없이 사람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봤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개편안이 실무적으로 어떻게 추진될지는 가늠할 수 없다.
다만 이미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수소차, 전기차 등 새 성장동력 분야에서 많은 직원들이 경력직으로 채용되고 있는데다 보상체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회사측 설명을 따른다면 결국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력에게 다른 대기업보다 훨씬 좋은 급여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런 점들을 놓고 볼 때 결국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기존 부서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글쓴이는 주장했다.
이 직원은 “새 인사제도에 따라 과장급으로 진급하는 직원이 인력시장에서 ‘초과공급’인 위치에 있다면 사실상 (낮은 연봉을 받는) ‘저가형 책임’ 직원이 되는 것”이라며 “디젤엔진쪽 커리어를 밟는 사람이라면 제일 먼저 홀대받을 가능성이 큰데 정말 일을 잘해도 새 인사제도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사옥. <연합뉴스>
회사에 10여 넘게 다녔다는 한 직원도 설명회를 듣고 난 뒤 의견을 적으며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탰다.
이 직원은 “이번 인사제도 개편의 목적은 우수인력이 있는 팀이나 실, 센터, 본부에 대한 추가 보상”이라며 “직무가 다르더라도 기존에는 두 직원의 고과가 같다면 동일한 연봉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직무 경쟁력을 놓고 연봉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 직원이 미래 자율주행 시스템의 핵심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다른 직원은 지점의 관리 인력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며 예를 들었다.
기존에는 고과에 따라 두 직원의 연봉이 소폭 차이 나는 정도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부서의 중요도 등을 놓고 더 핵심 인력이라고 판단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연봉을 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직원은 “(현대차그룹이 기존의 보상체계를) 핵심인력 유치에 경쟁력이 없다고 본 것”이라며 “우리가 현재 하는 일을 누군가가 와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쉬운지, 안 쉬운지에 따라 우리의 연봉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방향으로 인사제도가 개편되면 ‘진급 거부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떠오른다.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일하는 대리급 이하 연구직 직원들은 노동조합에 자동으로 가입된다. 하지만 과장급 이상의 ‘책임연구원’으로 진급하면 노조에서 자동으로 탈퇴된다.
노조에 소속돼 있으면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정년을 보장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를 장담할 수 없다.
간부층의 인사적체가 심하거나 비전이 밝지 않다는 분위기가 번져있는 부서를 중심으로 정년이라도 채우자는 판단 아래 과장 진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이번 인사제도 개편이 이런 결정을 촉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한 직원은 “진급 거부자는 자동적으로 기본급 인상과 근속수당 등을 적용받기 때문에 진급을 선택한 직원들보다 급여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보기 힘들다”며 “비급여 측면에서도 직무전환 등에 직원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에서 잃는 것이 많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진급 거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