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7월17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놓고 펼칠 표대결에서 승리하려고 지분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물산 주총에서 합병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삼성그룹이 주총 참석 의결권의 3분의2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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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
삼성물산은 외국인과 개인투자자가 지분 60%를 차지하는데 이들의 향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삼성물산 주총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한 우호지분은 삼성그룹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13.82%에 백기사인 KCC가 삼성물산 자사주를 매수해 의결권이 살아난 지분 5.96%를 더해 19.78%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를 제외한 외국인 지분 26.19% 가운데 일부가 엘리엇매니지먼트를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아직은 불확실하다.
특히 삼성물산 지분 10.1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합병안에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을 놓고 명확한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삼성그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의 행보를 봐도 어느 정도 표대결에 자신감이 느껴진다.
삼성물산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안대로 현물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안건을 주총에 올리기로 했다. 또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요구한 주주명부도 제공하기로 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표를 모으는 행위를 굳이 제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표대결이 펼쳐질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전히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에 가장 불리한 점은 이번 표대결이 과반수 싸움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별결의인 합병안을 의결하려면 주주총회 참석 의결권의 3분의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반대로 말하면 엘리엇매니지먼트는 3분의1만 확보하면 합병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한 표를 확보할 때 삼성그룹은 두 표를 얻어야 하는 셈이다. 주주총회 참석률을 70%로 가정하면 삼성그룹은 47%,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3%를 확보해야 한다. 삼성이 넘어야 하는 장애물이 더 높다.
삼성그룹은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삼성물산 소액주주연대를 만들어 합병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합병 반대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의 지분은 아직 1% 미만이지만 앞으로 지분 1.92%에 해당하는 300만 주를 모을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전체 지분에 비하면 적지만 이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아지면 삼성그룹에게 부담이 된다.
국내 기관투자자가 모두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삼성물산이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은 40%밖에 되지 않는다. 삼성물산의 경우 외국인과 개인투자자 지분이 거의 60%를 차지한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10% 후반대의 의결권만 추가로 확보하면 삼성물산 합병을 무산시킬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삼성그룹은 개인투자자들의 동향을 무시할 수 없다.
삼성물산에서 최치훈 사장이 외국인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뛰고 있다. 최 사장은 외국인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의결권 자문회사 ISS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뉴욕 본사를 직접 방문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21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법원에 합병 반대논리의 근거로 제출한 한영회계법인의 보고서 원본을 제출하도록 법원에 요청하는 등 법적 공세도 이어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