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정한 매각기한을 늘려 한 차례 더 매각을 시도하려고 하지만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보인다.
▲ 성동조선해양 야드의 전경. <성동조선해양>
14일 성동조선해양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 파산1부는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 함께 성동조선해양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을 두고 논의를 거쳐 9월 중 결론을 낸다.
성동조선해양은 마지막 매각기회를 얻기 위해 앞서 12일 창원지방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회생계획안의 주된 내용은 현대산업개발에 매각한 3야드의 매각대금 1108억 원을 채권단에 우선 배당하고 10월18일로 정해진 매각기한을 연말까지 연장하는 것이다.
이른바 ‘조건부 회생계획안’인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성동조선해양은 매각을 위해 2개월가량의 시간을 더 벌 수 있게 된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매각작업에는 6개월가량 시간이 걸리지만 성동조선해양은 매각에 필요한 작업 가운데 일부를 마친 상태라 기한이 연장된다면 한 차례 더 매각을 시도해볼 수 있다.
성동조선해양 관계자는 “기업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인허가, 자산동결 등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성동조선해양은 이 과정을 모두 거쳤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계속 있는 만큼 세부적 실사에 필요한 기간만을 확보하기 위해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채권단이 성동조선해양의 회생계획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법원이 성동조선해양 매각을 한 차례 더 진행한다는 결론을 내더라도 시간이 3개월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각은 입찰 대신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부족한 만큼 지난 2차와 3차 매각 시도에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3곳이 수의계약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들은 인수대금 조달방안을 증빙하는데 2차례 모두 실패했다.
일반적 매각건에서 법원은 인수대금 50%를 조달할 방안을 요구하지만 채권단은 성동조선해양의 매각에서는 10%만을 요구할 정도로 조건을 완화했다. 그러나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3곳 모두 그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했다.
따라서 채권단은 이미 2차례 인수대금 조달방안을 증빙하는데 실패한 인수 의향자들에 다시 기대하는 것보다 청산을 통해 투자금의 일부라도 회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이 진행돼 성동조선해양의 청산가치가 떨어진다는 점도 채권단이 매각기한 연장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5월 기준으로 성동조선해양의 청산가치는 3880억 원이었다.
조선업황의 흐름도 성동조선해양에는 불리하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중형선박의 발주량은 254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줄었다.
발주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형조선사(성동조선해양, 대선조선, 대한조선,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5개 조선사)들의 생산능력은 적정 수준을 소폭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유상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2019년부터 2028년까지의 선박 발주량 전망치를 토대로 한국 중형조선사의 적정 생산능력을 연 230만 CGT로 산출했다.
그러나 상반기 기준 중형조선사의 생산능력은 280만 CGT로 집계됐다. 이는 성동조선해양이 인수처를 찾더라도 치열한 수주경쟁을 이겨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다가 성동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가 단순 매각이 아닌 부채 해소에 달려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망은 더욱 어둡다.
성동조선해양은 2018년 말 기준으로 부채가 2조7031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져있다. 이대로라면 영업을 통해 선박을 수주하더라도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받기가 쉽지 않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조선사가 선박 건조에 실패할 때를 대비해 금융기관이 발주처의 선수금에 보증을 서는 것으로 이를 발급받지 못하면 수주계약이 취소된다.
성동조선해양은 2018년 4월부터 법원의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이후 2018년 10월, 2019년 2월과 6월 3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1차 매각때는 인수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2차와 3차 매각때는 인수의향자 3곳이 자금 조달방안을 증빙하지 못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